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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 3277. 윤봉길 의사, 의거일 전 두 아들에게 쓴 시

튼씩이 2016. 4. 29. 08:54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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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4. 22.



“너희도 만일 피가 있고 뼈가 있다면 / 반드시 조선을 위해 용감한 투사가 되어라 / 태극에 깃발을 높이 드날리고 / 나의 빈 무덤 앞에 찾아와 / 한 잔 술을 부어 놓으라 / 그리고 너희들은 아비 없음을 / 슬퍼하지 말아라 / 사랑하는 어머니가 있으니 / 어머니의 교양으로 성공자를 / 동서양 역사상 보건대 / 동양으로 문학가 맹가(맹가)가 있고 / 서양으로 불란서 혁명가 나폴레옹이 있고 / 미국에 발명가 에디슨이 있다. / 바라건대 너희 어머니는 / 그의 어머니가 되고”

위는 윤봉길 의사가 두 아들에게 남긴 시 <강보에 싸인 두 병정에게 - 두 아들 모순(模淳)과 담(淡)에게>입니다. 오늘은 윤봉길 의사가 1932년 4월 29일 이른바 천장절(天長節, 일왕 태어난 날) 겸 전승축하기념식에 폭탄을 던져 일본 상해 파견군사령관 시라카와, 상해의 일본거류민단장 가와바다(河端貞次) 제3함대사령관 노무라(野村吉三) 중장, 제9사단장 우에다(植田謙吉) 중장, 주중공사 시게미쓰(重光葵) 등을 처단한 날입니다.

그런 윤봉길 의사는 거사일 전 두 생떼 같은 아들들에게 “나의 빈 무덤 앞에 찾아와 한 잔 술을 부어 놓으라. 그리고 너희들은 아비 없음을 슬퍼하지 마라.”라고 당부합니다. 어린 자식들을 둔 윤봉길 의사도 한 사람의 아비였지만 왜놈들에게 빼앗긴 나라를 위해서 한 목숨 바치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그때 만일 자식들이 눈에 밟혀 거사를 치르지 않았다면 우리 조국은 어떻게 되었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는 오늘 하루라도 윤봉길 의사를 마음속에 새기면서 지내야 할 것입니다.

옛 얼레빗 (2012-04-30)


2296. 윤봉길 의사, 높은 기개를 지닌 선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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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날릴 명성 선비의 기개 맑고 / 그 선비의 기개 맑고 맑아 만고에 빛나리니 / 만고에 빛나는 밝은 마음 모두가 학문 속에 있으니 / 그 모두가 배움을 행하는 데 있으므로 그 이름 영원하리라”

위는 매헌 윤봉길(尹奉吉, 1908.6.21-1932.12.19) 의사가 16살 때 지은 “옥련환시(玉連環詩)”입니다. 어제(4월 29일)는 그 윤봉길 의사가 1932년 상해 홍구(홍커우) 공원에서 폭탄을 던져 일본군 대장 등을 죽이고 중상을 입힌 지 80돌이 된 날이었습니다. 윤봉길 의사는 1931년 겨울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한인애국단에 가입한 뒤 1932년 4월 29일 상해 홍구공원에서 열린 일왕의 생일축하연(천장절-天長節)과 상해 점령 전승 기념행사장 단상에 폭탄을 던짐으로써 일본제국주의에 저항하는 조선인의 기개를 한껏 드높였습니다.

이날의 의거는 단상에 있던 상해 파견군총사령관과 일본거류민단장을 죽이고, 제3함대 사령관, 육군 제9사단장 등에게 중상을 입힌 엄청난 거사였지요. 당시 이 소식을 듣고 국민당 총통이었던 장개석은 "중국의 100만 대군도 하지 못한 일을 조선의 한 청년이 했다."고 높이 평가했으며 이를 계기로 장개석의 국민당 정부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윤봉길 의사에 대해 흔히 홍구공원 의거만을 기억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는 6살 때부터 <천자문>, <소학>, <동몽선습>을 익혔으며 12살 때부터는 매곡 성주록 선생의 오치서숙(烏峙書塾)에서 체계적으로 학문을 닦았고, 18살에는 <오추(嗚推)>, <옥수(玉睡)>, <임추(壬椎)> 같은 시집을 내기도 했지요. 윤의사가 남긴 시는 ‘너희도 만일 피가 있고 뼈가 있다면 / 반드시 조선을 위해 용감한 투사가 되어라……. (생략)’라는 거사 전날 두 아들에게 남긴 시 <강보에 싸인 두 병정에게>를 합쳐 모두 500편에 이르고 있습니다. 독립운동가로만 알려진 윤봉길 의사는 올곧은 기개를 지닌 선비의 삶이 무엇인가를 터득한 시인이기도 했습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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