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280. 흙을 파먹고 자식을 팔고, 조선시대 백성들

튼씩이 2016. 5. 4. 15:36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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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5. 4.



“다북쑥을 캐네 / 다북쑥을 캐네 / 다북쑥이 아니라 새발쑥이네 / 양떼처럼 떼를 지어 저 산등성이를 넘어가네 / 푸른 치마 붉은 머리 허리 굽혀 쑥을 캐네 / 다북쑥을 캐어 무얼 하나 눈물만 쏟아지네.” 다산 정약용이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쑥을 캐어 죽을 쑤어 먹는 백성들을 보고 쓴 “다북쑥”이란 시입니다. 죽도 곡식과 함께 쑤어야 죽다운 맛이 나는데 쑥만으로 죽을 쑤었으니 그거야 마지못해서 허기만 때우는 정도였을 뿐입니다. 그러나 쑥이나 나물을 먹으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해주 인민들이 흙을 파서 먹는 자가 무릇 30명이나 되었으며, 장연현에서는 두 사람이 흙을 파서 먹다가 흙이 무너져 깔려 죽었다.” 위는 《세종실록》 26년(1444) 4월 26일 기록입니다. 얼마나 먹거리가 없으면 흙을 먹었을까요? 조선시대 대부분 가난한 백성은 이렇게 가뭄과 큰비로 흉년이 들면 먹을 것이 없어 흙까지 먹을 정도였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이런 백성의 굶주림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가장이 먹고살 것이 없자 자살하거나 식구를 버리고 도망간 것은 물론 자식을 팔아 끼니를 이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또 먹거리 대신 목화씨를 먹고 죽었다는 기록도 있으며, 심지어 사람을 죽여서 그 고기를 먹었다는 이야기기까지 나옵니다. 《영조실록》에 보면 가난한 백성을 구제하는 기관인 경상도 진휼장(賑恤場)에는 굶은 백성이 17만 9천8백 65명, 떠도는 거지가 1만 1천6백 85명, 사망자가 1천3백 26명이었다.”라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굶는 백성의 숫자는 엄청났습니다. 이제 보릿고개 철이 다가옵니다. 주위에 굶는 사람이 없는지 되돌아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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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야기 348 >

348. 뛰어난 예술가거나 천하제일 조각가를 양성했거나, 양변스님



“천평(天平, 729-749) 조각의 작가는 대개가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러나 큰 절에는 반드시 뛰어난 조각가 또는 조각가군(群)이 있었다고 본다. 그것을 담당한 사람들은 어쩜 승려였을지도 모른다. 삼월당(三月堂)의 양변(良弁, 689-774)이 뛰어난 조각가였다는 전설 등은 배척하기 어려울 것이다.

삼월당의 건축이라 함은 당내의 조각을 말하며 양변과 관련 있는 것은 대부분이 일류 걸작품이다. 이는 적어도 양변이 뛰어난 예술가이거나 아니면 매우 뛰어난 예술가를 곁에 두었다는 증거이다. 만일 그 양변상(良弁像)이 자작품이라면 양변은 초일류 조각가이다. 하지만 아니라 해도 그의 곁에 있는 조각가 또는 그 제자가 조각을 했다면 양변은 천하제일의 조각가를 양성한 셈이 된다.”

이 글은 사찰순례기의 바이블이라는 《고사순례(古寺巡禮)》를 쓴 일본의 철학자이자 문화사가인 와츠지데츠로(1889~1960)가 쓴 백제스님 양변에 관한 글이다. 나라(奈良) 동대사의 첫 주지였던 백제스님 양변이 조각가였을 것이라는 주장은 어쩌면 생소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오히려 양변에 대한 이야기라면 ‘양변이 어린 시절 어머니가 뽕 밭에 놔두고 일하다가 독수리가 물어간 아이’라는 설화가 더욱 일반적으로 알려진 이야기일 것이다. 14세기에 나온 일본의 불교통사인 《원형석서(元亨釋書)》에는 양변스님이 독수리에 물려가서 수십 년을 찾아 헤매다가 극적으로 부모와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가 소개되어있다.

죽었다고 생각한 아들이 대사찰 동대사의 주지라는 소식을 듣게 된 어머니의 마음은 어땠을까? 독수리가 물어간 어린 아들의 안부를 위해 어머니는 그 숱한 세월동안 전국을 돌며 아들을 찾았던 것이다. 그래서 백제 출신의 양변스님은 후대에 ‘독수리가 물어간 아이’라는 이름으로 전승되었고 그로부터 114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동대사는 백제스님 양변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 일본한자는 구자체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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