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295. 모심기 때 써레ㆍ나래를 끌며 누비던 겨릿소

튼씩이 2016. 5. 26. 08:18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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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5. 25.



바야흐로 농촌 들녘에서는 모심기가 한창입니다. 이런 모심기를 도심에서도 볼 수 있는데 도시공동체 텃밭인 노들텃밭에 딸린 논에서 5월 28일(토) 농사짓는 사람들과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다채로운 모내기 체험 행사가 그것입니다. 특히 이번 모내기 행사에는 강원도 홍천에서 겨릿소를 이용한 논 써레질로 전통 농경문화를 계승하고 있는 분들을 초대하여 전통모내기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지요. 예전에는 겨릿소를 이용해 써레질을 하는 곳이 많았는데 겨리란 두 마리의 소가 끄는 쟁기를 이르는 말로 ‘양우려’라고도 합니다.

써레질이란 모내기를 위해 논바닥을 반반하게 고르는 작업을 말합니다. 써레는 단단하고 굵은 향나무와 느릅나무 같은 통나무로 '바탕'을 만들고, 그 밑에 구멍을 파서 밤나무로 말뚝같이 깎은 30∼40Cm가량의 '발'을 꽂아서 ‘∏’모양으로 만듭니다. 지금 농촌에서는 거의 쓰지 않아 써레를 이루는 부분에 대한 용어도 낯설기만 하지만 써레의 양 끝에서 두 번째 발이 바탕 위로 뚫고 나와 손잡이 가로나무에 연결되는 데 이것을 '직살'이라고 합니다. 바탕에는 다시 '채'를 해 박아 그것을 밧줄에 연결하여 소가 끌게 하지요. 써레의 발은 흙에 곧잘 부러지기 때문에 여러 개를 준비하였다가 그때그때 새로 박아 쓰곤 했습니다.

발이 한 줄로 된 것을 보통 '써레'라 하고, 여러 줄로 겹쳐 만든 것은 '평상써레'라고 하지요. 써레와 비슷한 것으로 번지와 나래가 있습니다. 번지는 써레와 똑같은 구조에 발 대신 보통 긴 네모꼴의 널판을 덧댄 모습으로 써레질을 한 뒤에 잘게 으깬 흙의 표면을 '번지치기'라 하여 다시 판판하게 고르는 데 씁니다. 나래는 논바닥이 높고 낮아서 물이 고루 퍼지지 않는 논바닥이나 밭의 자갈, 흙 따위를 밀어내는 데 쓰며 형태는 써레와 비슷하나 아래에 발 대신에 널판이나 철판을 가로 대었습니다. 써레, 나래, 겨릿소와 같은 말들은 이제 정겨운 옛말이 되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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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야기 351 >

일본부채 센스(쥘부채)와 우치와



무더운 여름에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있지만 부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더위 쫓는 도구이다.일본의 부채에는 센스(扇子)와 우치와(團扇)의 두 종류가 있는데 형태상으로 보면 센스는 쥘부채 모습이고 우치와는 접이식이 아닌 둥근부채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이런 모양새의 차이도 있지만 그 쓰임새에도 과거에 보면 구별이 있었다. 보통 우치와(團扇)는 승려나 문인, 은둔자들이 썼고 센스(扇子)는 귀족이나 고급 관리들을 중심으로 썼다. 센스가 의례용(儀禮用)으로 쓰였다면 우치와는 신분 구별이 없이 쓰던 부채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과거의 이야기일 뿐 요즈음 사람들은 거의 구분 없이 쓴다.

아무래도 센스(쥘부채)의 경우는 여성들이 선호하는 부채라고 할 수 있다. 접이식이라 부피도 많이 차지하지 않아 핸드백에 넣어 다니기도 편하고 비단이나 헝겊으로 멋을 부린 고급 부채도 제법 많이 나와 있어 여성들에게 선물용으로도 인기 만점이다. 관광객들도 센스(쥘부채)를 좋아해서인지 교토의 청수사(기요미즈데라) 앞 기념품 거리 등 관광지에는 거의 센스(쥘부채)만 눈에 띌 정도이다.

그런가 하면 기온마츠리 따위 각종 마츠리에서도 우치와는 빼놓을 수 없다. 유카타 차림에 우치와를 들어야 한다고들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일본의 부채 문화는 꾸준히 수요층이 있는 셈이다.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나오기 전인 에도시대(1603-1868)만 해도 부채는 더위용뿐만 아니라 밥을 지을 때 아궁이에 불을 불러일으킬 때나 모기, 파리 따위를 쫓을 때에도 부채는 아주 중요한 도구였다. 물론 이때는 센스(쥘부채) 보다도 우치와가 더 쓰였을 것이다.

당시에 일본 전국 곳곳에는 우치와산지(團扇産地)가 형성되어 폭발하는 수요를 감당하였는데 가가와현 가메마루시 (香川縣丸龜市)에는 당시의 부채 역사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부채박물관이 있어 다양한 부채들을 구경할 수 있다. 슬슬 부채 하나쯤 손가방에 넣고 다니는 계절이 찾아 왔다.


* 일본한자는 구자체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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