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4332호) 상원사 문수동자상과 이명래 고약

튼씩이 2020. 4. 23. 08:26

세조는 평생 피부병으로 고생했는데 피부병을 낫기 위하여 전국의 이름난 약수터와 온천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래서 오대산 상원사 계곡에서도 목욕하게 되었지요. 그때 세조는 지나가는 동자승을 불러 자신의 등을 밀어달라고 했습니다. 동자승이 세조의 등을 밀어주자 세조의 몸에 있던 종기가 말끔히 나았습니다. 그래서 동자승에게 고맙다고 하며, "다른 사람에게 임금의 몸에 손댔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에 동자승은 "대왕께서도 문수보살을 만났다는 말씀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문수동자상을 새겨 상원사에 모셨고, 현재 국보 제221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이런 전설이 전해올 정도로 조선시대 여러 임금은 종기로 고생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세조 외에도 문종, 성종, 중종, 효종, 현종, 숙종, 정조 등이 종기로 고생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종기 치료를 전담하는 ‘치종청治腫廳)’이라는 관청을 두었을 정도지요. 전통적으로 종기를 치료하는 방법으로는 한약재를 다려 만든 고약을 환부에 붙이는 방법이 고작이었는데 근세에 와서 이 ‘고약(膏藥)’이 치료제로 주목을 받았고, 1906년 이명래(1890~1952)라는 사람이 ‘이명래 고약’을 개발하여 문전성시를 이루었지요.

 

‘이명래 고약’은 본디 프랑스인 신부 에밀 피에르 드비즈(한국 이름 성일론)가 중국에서 접한 한의학 지식과 라틴어로 된 약용식물학 책의 지식을 응용해 고안한 성일론 고약이 원조입니다. 성일론 신부는 충청남도의 기념물 제144호 아산 공세리 성당을 직접 설계하고 건설을 지휘했는데 이때 성당 건축에 참여했던 많은 주민이 피부병으로 고생하는 것을 보고 고약을 만들어 무료로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 성일론 고약을 이명래가 제조법을 전수받아 민간요법을 더한 끝에 개발한 것이 ‘이명래 고약’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