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4327호) 138쌍의 꿩무늬가 새겨진 영친왕비 적의

튼씩이 2020. 4. 28. 08:26
국립고궁박물관에는 영친왕비가 1922년 순종을 알현할 때 입었던 ‘대례복영친왕비 적의(翟衣)’가 있습니다. ‘적의’란 고려 말부터 조선 말까지 왕비나 왕세자빈이 혼례인 가례(嘉禮) 때 입었던 옷입니다. 적의(翟衣)의 뜻은 적문(翟紋) 곧 꿩무늬를 일정한 간격 그리고 규칙적으로 넣어 짠 옷감으로 만든 옷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실제 이 적의에는 138쌍의 꿩과 오얏꽃 형태의 소륜화(小輪花) 168개의 무늬가 9줄로 짜여 있습니다.



 

138쌍의 꿩 무니가 새겨진 영친왕비의 ‘적의(翟衣)’,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 138쌍의 꿩 무니가 새겨진 영친왕비의 ‘적의(翟衣)’,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깃(저고리나 두루마기의 목에 둘러대어 앞에서 여밀 수 있게 된 부분) · 도련(두루마기나 저고리 자락의 맨 밑 가장자리) · 섶(저고리나 두루마기 따위의 깃 아래쪽에 달린 길쭉한 헝겊)과 소맷부리(옷소매에서 손이 나올 수 있게 뚫려 있는 부분)에는 붉은색 바탕에 노랑색의 구름과 봉황무늬로 선을 둘렀습니다. 적의의 앞뒤, 그리고 어깨에는 다섯 가지 색깔과 금실로 수를 놓은 너비 17.5cm의 오조룡보 곧 발톱이 5개인 흉배를 붙였지요. 또 너비 8.3cm 겉고름은 긴 쪽은 93cm, 짧은 쪽은 83cm이고 안고름은 각각 93cm, 86cm입니다.

 

여기서 영친왕비는 대한제국기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의 비를 말합니다. 일본왕족 나시모토[梨本宮]의 장녀로 1920년 4월 한일융화의 초석이 되라는 일본왕의 명령에 따라 대한제국 이은 황태자와 강제로 정략혼인을 하였지요. 일본의 황태자였던 '히로히토'의 강력한 배우자 후보였다가 탈락했던 까닭은 그녀가 불임이어서 대를 이을 수 없다는 것이었으니 대한제국 황태자와의 혼인은 결국 "조선의 대를 끊기 위한 것"임이 분명합니다. 영친왕비는 1989년 4월 30일, 88살을 끝으로 창덕궁 낙선재에서 지병으로 세상을 떴습니다.



 

대한제국 황태자 이은과 이방자 여사(뒤에 영친왕비)는 강제로 정략혼인하였다.(문화재청 제공)


▲ 대한제국 황태자 이은과 이방자 여사(뒤에 영친왕비)는 강제로 정략혼인하였다.(문화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