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4325호) 향기를 품은 내소사 대웅전 꽃살문

튼씩이 2020. 4. 24. 08:27

등푸른 햇살이 튀는 전나무 숲길 지나

내소사 안뜰에 닿는다

세 살배기가 되었을 법한 사내아이가

대웅보전 디딤돌에 팔을 괴고 절을 하고 있다.

일배 이배 삼배 한 번 더

사진기를 들고 있는 아빠의 요구에

사내아이는 몇 번이고 절을 올린다

저 어린것이 무엇을 안다고

대웅보전의 꽃창살무늬 문(門)이 환히 웃는다.



 

전북 부안 내소사 대웅전 꽃살문(문화재청 제공)


▲ 전북 부안 내소사 대웅전 꽃살문(문화재청 제공)

 


박성우 시인의 ‘내소사 꽃창살’ 시입니다. 부안군 내소사 대웅보전의 문은 꽃살문으로 깨우침의 단계를 표현하기 위해 꽃봉오리와 활짝 핀 꽃을 함께 새긴 걸작으로 손꼽히지요. 오랜 세월이 지나 비록 단청은 빛이 바랬지만, 꽃살 무늬가 가진 조화와 화려함은 오늘도 여전합니다. 여기 내소사 말고도 논산 쌍계사 대웅전, 영광 불갑사 대웅전, 대구 팔공산 대웅전과 강화 정수사 대웅보전에 가도 꽃살문은 대웅전을 한층 품격있게 만들어 줍니다.

 

궁궐이나 민가의 아(亞) 자 무늬, 띠살무늬 등이 단아하고 정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면, 이 대웅전의 꽃살무늬는 꽃을 새긴 덕에 화려하고 정교하지요. 문살에 새겨진 꽃의 종류는 윤회와 정화를 뜻하는 연꽃을 비롯하여 모란, 국화, 해바라기 등이 있으며 또한, 무슨 꽃인지 잘 알 수 없는 관념적인 모양의 꽃들도 있습니다. 대웅전의 문은 극락정토로 통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 문에 진리를 상징하는 꽃을 새긴 꽃살문은 아름다움을 넘어 성찰의 의미로 승화되며, 그윽한 향기를 품은 해탈의 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