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식은 선배들과 마주앉은 뒤 선배 이름을 모를 경우 벌주로 종이컵에 소주를 한 잔씩 마시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유족에 따르면 술을 전혀 못 하는 A 씨는 이날 ‘선배 이름을 모른다’, ‘예의가 바르지 않다’라는 등의 이유로 모두 8잔의 벌주를 마셨다. 이후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해 친구들의 부축을 받아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튿날 오전 학교에 오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긴 친구들이 A 씨의 자취방을 찾아갔고, 잠긴 문을 열쇠 업자를 불러 열어 보니 A 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이는 “또… 사람잡은 대학가 ‘술판 신고식’”이라는 제목의 동아일보 2010년 5월 12일 치 기사입니다. 이렇게 새내기를 괴롭히는 ‘허참례(許參禮)’또는 ‘신참례(新參禮)’ 이름의 신고식이 조선시대에도 있었습니다. 성현(成俔)의 《용재총화(慵齋叢話)》에는 신참에게 연못에 들어가 물고기를 잡게 하는데 사모(紗帽)로 물을 퍼내게 해 의복이 모두 더러워지게 만들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또 부엌 벽을 문질러 두 손에 옻칠을 한 듯 검게 만드는 거미잡이 놀이를 한 뒤 손을 씻은 새카만 물을 마시게 했다는 등 새내기를 괴롭히는 얘기가 나옵니다.
▲ 조선시대 '신참례', 신참에게 연못에서 사모로 물을 퍼내게 했다.(그림 유주연 작가)
율곡 이이는 “선비는 과거 자체를 그리 대단하게 여기지 않는데, 하물며 갓을 부수고 옷을 찢으며 흙탕물에 구르게 하는 등 체통을 깡그리 잃게 해 염치를 버리게 한 뒤에야 받아들이니, 어느 선비가 세상에 쓰이기를 원하겠는가”라고 지적할 정도였지요. 신참례의 폐단이 점점 심해지자 조정에서는 기본법전인 《경국대전》에 ‘신래(新來, 새내기)를 괴롭히고 학대하는 자는 장(杖) 60대에 처한다’라고 규정했지만, 신참례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새내기를 선배들이 환영하고 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의미의 신참례문화가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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