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1935년 8월 13일 치에는 “본보 창간 15주년 기념 5백 원 장편소설 심훈 씨 작 <상록수> 채택”이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농촌계몽운동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 현상 모집에 심훈 작가의 <상록수(常綠樹)>가 당선된 것입니다. 이후 <상록수>는 그해 9월 10일부터 이듬해인 1936년 2월 15일까지 연재되었습니다. <상록수>는 경기도 안산 샘골에서 나라를 빼앗긴 암울한 시대에 처녀의 몸으로 농촌계몽운동과 민족의식을 드높이기 위해 애쓰다가 26살에 요절한 실존인물 최용신(崔容信) 애국지사를 그린 작품입니다.
▲ 1935년 8월 13일, 동아일보에 실린 심훈의 <상록수> 공모 당선 기사
심훈은 충남 당진군 송악면 부곡리에 “붓으로 밭을 일군다.”라는 뜻의 필경사(筆耕舍)란 집필실을 손수 설계하여 짓고 이곳에서 '상록수'를 완성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소설을 완성하고 난 이듬해 당시 유행하던 장티프스에 걸려 그만 안타깝게도 36살의 젊은 나이로 숨을 거두지요. 당진 부곡리 필경사에는 그의 무덤과 그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유작품 따위가 전시되어있습니다.
이 작품은 청춘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바탕에 깔고, 농촌계몽운동에 헌신하는 지식인들의 모습과 당시 농촌의 실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이광수의 <흙>이 보여주었던 농민들에 대한 시혜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농민들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참여에 따른 자생적 의지가 강조되는 점이 특징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한국 농촌소설의 쌍벽을 이룬다는 〈흙〉을 쓴 이광수는 훗날 친일문학가로 남았지만, 심훈은 독립운동가로 길이 추앙을 받고 있습니다.
▲ 소설 <상록수>를 집필했던 충남 당진의 필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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