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4415호) 풍류객들이 달빛 아래 시를 읊었던 월대

튼씩이 2020. 8. 28. 08:11

제주도 제주시 외도동에는 옛 풍류객들이 시를 읊으며 달빛의 정취를 즐겼던 “월대(月臺)“가 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보기 드물게 사철 냇물이 흘러 고려와 조선 시대 관아에서 조공을 실어 날랐다 하여 조공천(朝貢川)이라 불렸던 도근내 하류에 있지요. 밤하늘에 달이 뜨면 모든 물에는 달이 또 하나 뜹니다. 그러면 물빛은 달빛이 되고 옛 시인들은 그런 물속의 달빛만을 그저 감상만 할 수 없어 물가의 돌 위에도 새겨 놓습니다.

 

▲ 시인묵객이 달빛을 즐긴 제주 외도동의 월대(月臺)

 

그런데 이 월대 곁에는 유달리 눈에 띄는 빗돌이 하나 있지요. 앞쪽에 큼지막하게 달 모양을 상형하여 새긴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 대(臺) 자를 새겨둡니다. 월대를 알리는 빗돌 하나도 그저 월대가 아니라 그것에 달빛을 새겨 넣으려 함입니다. 월대 뒤쪽에 “乙丑 三月 日, 洪鍾時 書(을축 삼월 일, 홍종시 서)”라고 새겨져 있어 을축년 곧 1925년 당시 제주읍장이었던 홍종시(洪鍾時, 1857~1936)란 인물이 새긴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월대는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 명월리에 있는 제주도 기념물 제7호 “명월대(明月臺)”의 또 다른 모습일 것입니다. 다만, 경복궁 근정전이나 창덕궁 인정전 앞에 있는 섬돌인 월대(月臺)와는 분명히 다른 것입니다. 둥그런 달빛이 마음 시리게 곱습니다. 그 달빛 아래서 시인 묵객은 세속의 찌든 때를 씻어냈을 것입니다. 그리고 밤이 지나면 져버릴 달을 가슴속에 새겨두었는지 모릅니다.

 

▲ ‘월(月)’ 자를 달을 상형하여 새긴 빗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