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을 연주할 때에만 쓰는 독특한 악기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종묘제례악의 시작을 알리는 “축(祝)”과 끝낼 때 쓰는 악기 “어(敔)”도 있는데 그 모습이 참 재미납니다. 여기서 ‘축’과 ‘어’는 짝이 되는 악기로 국악기들은 앉아서 연주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어와 축은 ‘방대’라는 받침대 위에 올려놓고 서서 연주합니다.
축은 네모진 나무 상자 위판에 구멍을 뚫고 그 구멍에 나무 방망이를 세워 상자 밑바닥을 내려쳐서 소리를 내지요. 축은 양의 상징으로 동쪽에 자리 잡고, 겉면은 동쪽을 상징하는 청색으로 칠하며 사면에는 산수화를 그립니다. 축을 치는 수직적인 동작은 땅과 하늘을 열어 음악을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그 반면에 ‘어’는 엎드린 호랑이의 모습으로 1m 정도의 나무를 깎아 만든 악기지요. 호랑이의 등에는 등줄기를 따라 꼬리 부분까지 27개 톱니를 길게 박아 놓았습니다. 둥근 대나무 끝을 아홉 가닥으로 쪼갠 채(籈竹-견죽)로 호랑이의 머리를 세 번 치고는 꼬리 쪽으로 한번 훑어 내립니다. 이러기를 세 번 한 다음 박을 세 번 울려 음악을 끝내는 것이지요. 어는 서쪽을 상징하기 때문에 대개 흰 칠을 하고 검정으로 긴 얼룩무늬를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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