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4498호) 1926년 잡지의 재미난 ‘크리스마스’ 이야기

튼씩이 2020. 12. 24. 07:46

“해마다 12월 25일을 「크리스마스라」하여 耶蘇(야소, 예수 음역어) 탄일로 지키지마는 이것이 진정한 생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고대 교회에서는 혹 정월, 4월, 5월에 탄일을 지킨 기록이 잇고 성경의 기록대로 말하면 야소가 날 때에 목자들이 들에서 양을 지키엇다 하나 12월은 「팔레스타인」의 가장 비 만흔 시절로 목자가 들에 양을 먹일 리가 업는 것이다. 동지일이 천문학상으로 중요한 날로 인정된 것을 중고 독일민족에 발견할 수 잇스니 이 동지일의 제사가 기독교에 들어와서 탄일놀이가 된 것인가 한다.”

 

 

이것은 1926년 12월 1일에 펴낸 일제강점기 월간 종합잡지 《동광》 제8호에 실린 ‘크리스마스 잡화(雜話)’란 글 일부입니다. 당시는 조선에 기독교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지만, 글을 쓴 사람은 크리스마스에 관한 분명한 인식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 글 뒷부분에 가면 크리스마스에 관한 또 다른 재미난 이야기도 있습니다. “「산타클로스」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굴둑으로 들어와 잠자는 어린애들에게 선물 주는 기특한 노인. 북극의 순록을 타고 하로 밤 사이에 전세계 각색 인종을 다 차례로 찾아간다. 아동들은 그 선물을 밧기 위하여 양말을 걸어 두고 잔다. 그러나 아무도 그림에서 보는 그 기특한 노인을 본 사람은 업다.”

 

 

 

▲ 동아일보 1933년 12월 19일 자에 실린 “성탄절을 앞둔 크리스마스나무” 사진

 

 

 

당시 조선 사람들은 이런 얘기를 참 재미나게 읽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같은 동광 제8호의 <메리크리스마스와 노오크리스마스>라는 글에는 다음과 같은 얘기도 있습니다. “영국의 크롬웰은 당시에 백성들이 「크리스마스」의 본의를 이저버리고 술을 취하고 도박을 하고 싸움을 하고 젊은 남녀가 음탕하고 란잡하게 놀아서 그 폐단이 넘우 심함으로 ‘노오 크리스마스(No Christmas)’ 곧 「크리스마스」를 지키지 말라는 령을 내리엇다.”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조선에서도 차차 크리마스의 폐해가 생길까 걱정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