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350. 아름다운 풍습 상물림 그리고 밥물림, 안방물림

튼씩이 2016. 8. 12. 13:47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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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8. 10.



“임금이 수라상을 밀어 이광좌에게 주니 그는 동료 신하들과 나누어 먹기를 청했다. 임금이 ‘경이 먼저 먹고 난 다음에 우의정에게 주고, 또 나머지를 싸서 좌의정에게 전해주라. 경들이 이 밥을 먹으면 어찌 차마 잊겠는가? 그릇을 자손들에게 나누어주어라. 그리하여 오늘 음식을 하사하고 그릇을 나눈 일을 알게 하여 대대로 내 자손을 보필하게 하라’고 일렀다.” 이는 《영조실록》 13년(1737) 8월 14일치 기록입니다.

이렇게 임금이 수라를 들고 난 뒤에 남은 음식은 “퇴선(退膳)” 곧 “상물림”을 합니다. 상물림이란 임금이 수라를 들고 남은 음식을 신하나 아랫사람들에게 내려주어 먹을 수 있게 한 것을 말하지요. 수라상이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차려진다고 하지만 사실 그것은 임금이 혼자 먹는 것이 아님을 알 수가 있습니다. 또 이 상물림은 궁궐뿐 아니라 감영 등 관아에서도 있었지요. 예를 들면 감사가 밥을 먹고 나면 이 물림상은 이방, 호방 등 6방과 비장, 수청기생들이 번갈아 차례를 정해가며 받아갑니다. 우리 겨레의 아름다운 풍습입니다.

국어사전에서 “물림”을 찾아보면 “물려받거나 물려주는 일”이라고 풀이되어 있습니다. 그 물림 가운데는 상물림 말고도 큰상물림, 대물림, 안방물림, 밥물림 따위도 있습니다. 큰상물림은 혼인 때 신부집에서 큰상을 차려 보내면 신랑집에서 이를 먹은 다음 다시 큰상을 차려 신부집으로 보내는 것이며, 대물림은 후손에게 물건이나 재산을 물려주는 것입니다. 또 밥물림은 아기에게 처음 밥을 먹일 때 밥을 미리 씹어서 먹이는 일이며, 안방물림은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살림을 내어주고 안방을 물려주는 풍습을 말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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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야기 362 >

무더위에 안부를 묻는 ‘쇼추미마이’ 풍습



“무더위에 안부를 여쭙니다. 날마다 무더위가 계속됩니다만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보내시는지요? 저는 삿포로에 와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여름입니다. 상상과는 달리 홋카이도의 여름도 무척 덥습니다. 올 여름은 예년에 없는 더위라고 합니다. ***선생님께서도 잘 지내시길 빕니다. 2016. 8. 6 아무개 올림”

이는 무더운 여름철 지인의 안부를 묻는 편지인 ‘쇼추미마이(暑中見舞い)’의 예문이다. 무더운 여름철에 상대의 안부를 묻고 자신의 근황을 알리는 내용으로 ‘쇼추미마이(暑中見舞い)’를 쓰라고 알려주는 인터넷 사이트가 많다.

쇼추미마이는 편지를 보내기도 하지만 직접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 집에 찾아가기도 한다. 편지는 대개 엽서를 보내는데 안부를 묻는 뒷면에는 시원한 그림이 새겨져 있다. 그렇다면 대관절 언제 쇼추미마이를 보내면 좋을까? 쇼추미마이는 보통 장마가 갠 뒤 소서(小暑)부터 대서(大暑) 사이에 많이 보내는데 올해의 경우에는 7월 7일부터 8월 7일 사이가 적기(適期)다.

그러나 이 날짜가 지나도 걱정은 없다. 이 기간을 놓친 사람들을 위한 “잔쇼미마이(殘暑見舞い)”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꼭 ‘잔쇼(殘暑)’라는 말을 안부 편지 앞머리에 쓴다. 그러고 보면 쇼추미마이는 여름 무더위가 시작되어 끝나가는 날까지 보내는 셈이다.

쇼추미마이는 우체국에서는 아예 이 시기에 엽서를 만들어 판매하므로 이것을 손쉽게 이용하면 좋다. 일본우편주식회사(日本郵便株式會社)에서는 1950년부터 이 기간을 특별 엽서보내기 기간으로 정하여 “쇼추미마이용우편엽서(暑中見舞用郵便葉書)”를 발행하고 있다.

이 엽서에는1986년부터 복권 번호처럼 번호를 새겨 넣어 당첨되면 상품을 주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무더위 안부를 묻는 쇼추미마이 엽서 이름을 흔히 “카모메메루 (かもめ~る)”라고 하는데 이는 카모메(갈매기)와 메일(일본말에서는 ‘메-루’라고 읽음)을 합해서 부르는 말이다. 이 엽서는 해마다 6월 초순에 발행한다.

우리나라는 삼복더위 속에 삼계탕이나 팥죽 같이 더위를 이겨내는 음식을 만들어 이웃과 함께 나누어왔지만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이렇게 편지로 무더위 안부를 묻는 풍습이 있다. 무엇이 되었든 간에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 푹푹 찌는 무더위 속에 배달된 엽서 한 장 속에 스며있는 따스한 배려, 그것이 어쩜 무더위를 이겨내는 비타민 같은 구실을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 일본한자는 구자체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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