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366. 갓 쓰고 곰방대 물고 일하던 인쇄소 풍경

튼씩이 2016. 8. 18. 13:05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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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8. 19.



“지금은 적은 인쇄소라도 다 규칙 있게 일을 하지오마는 그때는 어디 그랬습니까? 내가 서른하나인가 둘이 되었을 때이니 이십 육칠년 전인가 보오. 그렁저렁 여남은 군데로 돌아다니며 운전, 삽지, 문선 등 별의별 일을 다 하다가 배설이 경영하든 대한매일신보사에 문선공으로 들어갔지요. 그 때 문선공이 육칠 명 됐나요.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마는 어쨌든 상투들이 뾰죽뾰죽한 데다 곰방대를 제각기 하나씩 물고 입담배를 꽁꽁 눌러 담아서 빡빡 빨면서 문선을 하였지요.”

위는 동아일보 1926년 1월 14일 치 기사로 “십년을 하루 같이” 연재의 열한 번째 내용입니다. “십년을 하루 같이”는 교사, 이발사, 부동산 중개업자 같은 이들이 오랫동안 일을 해온 얘기를 담은 것으로 이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오는 10월 23일까지 열리는 “인현동 인쇄골목”에 전시되고 있는 내용입니다. 지금이야 인쇄기술이 엄청난 발전을 이루어 활자도 없어지고 디지털인쇄가 주종을 이루고 있습니다만 당시 문선공이었던 대동인쇄주식회사 조병문 정판과장 얘기는 딴나라 이야기처럼 재미납니다.

조 씨가 인쇄일을 하던 때는 1900년 무렵으로 갓을 쓴 사람들이 곰방대를 하나씩 물고 빡빡 빨면서 문선을 했다는 이야기는 '금연'이 일반화된 지금 상황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문선(文選)”이란 활판 인쇄에서 원고의 글자대로 필요한 활자를 뽑아 모으는 일로 채자(採字)라고도 하지요. 인현동 골목에는 갓 쓰고 곰방대를 문 인쇄공들이 즐비했지만 이런 일도 이제는 과거의 흑백필름처럼 지나가버리고 이제는 디지털 인쇄시대를 맞고 보니 격세지감을 느끼게 됩니다.

옛 얼레빗 (2012-08-22)



2365. 고려시대 금속공예 최고 명작 금도금주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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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밖에 나가있는 우리 문화재는 모두 7만6,143점이며, 이 가운데 환수된 문화재는 7,466점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특히 나라밖의 문화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만4,369점이 동경국립박물관 같은 일본에 있는데 상당수가 임진왜란과 알제강점 기간 중에 약탈이나 불법 매매에 의해 일본으로 나간 것들입니다. 그밖에 6.25전쟁을 전후해서는 미국으로도 많은 문화재가 나갔는데 8월 말 현재 1만8,635점의 우리 문화재가 미국에 있으며,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캐나다, 러시아 등 모두 20개 나라에 우리 문화재들이 약탈이나 불법 거래 같은 경로를 통해 나가 있습니다.

나라밖 특히 미국의 우리 문화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보스턴미술관의 은제 금도금주전자입니다. 이 주전자는 은으로 만든 다음 금도금을 한 것으로 마치 금주전자처럼 보이는데 고려시대 금속공예의 최고 명작으로 꼽히지요. 이 주전자의 몸체는 대통모양으로 품위는 물론 우아함이 돋보입니다. 목은 연꽃봉우리로 꾸몄으며, 뚜껑 위에는 봉황이 우아한 자태로 앉아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고려시대는 청자만 연상하기 쉽지요. 하지만, 이런 은제 금도금 작품도 있습니다. 고려 곧 12세기 작품으로 높이가 34.3cm인 이 은제 금주전자는 미국에 가야만 볼 수 있어 안타깝습니다. 물론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사간 문화재야 어쩔 수 없지만 약탈한 당한 수많은 나라밖 문화재가 다시 금의환향하기를 고대합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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