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자동치듯 불고 구진비는 붓듯이 온다 / 눈 정에 거룬 님을 오늘 밤에 서로 만나자 허고 / 판첩처서 맹서 받았더니 / 이 풍우 중에 제 어이 오리 / 진실로 오기 곧 오랑이면 연분인가 하노라.
여창가곡 우조 우락(羽樂) <바람은>의 가사입니다. 여창가곡 가운데 가장 많이 불리는 노래지요. 이 노래의 주인공은 아마도 기생인 듯한데 임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심정이 잘 드러납니다. 주인공은 “아무리 맹세하고 약속했지만 이 폭풍우 중에 과연 임이 올까?“라고 걱정하면서도 만일 온다면 우리는 진정 인연일 것이라며 가냘프게 노래합니다. 이 노래를 한 기생은 과연 그날 밤 꿈같은 만남을 이루었을까요?
가곡은 시조의 시를 5장 형식에 얹어서 부르는 노래로, 피리·젓대(대금)·가야금·거문고·해금의 관현악 반주와 함께하는 한국의 전통성악곡입니다. ‘만년장환지곡(萬年長歡之曲)’이라고도 합니다. 노래 부르는 사람의 성별에 따라서 남창가곡, 여창가곡, 남녀창가곡으로 나뉩니다. 이 가운데 남창가곡은 호탕하고 강한 느낌이며, 여창가곡은 애절하고 원망하는 듯한 소리를 내지만 전반적으로는 아주 청아하고 맑은 노래입니다. 2010년 11월 16일 열린 제5차 무형문화유산정부간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오른 가곡은 그 예술성이 시조와 가사에 견주어 아주 뛰어나다는 평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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