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김영조)

부패한 양반과 파계승을 풍자한 한량무

튼씩이 2021. 9. 16. 12:58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3호 한량무(閑良舞)를 보셨나요? 진주(晉州) 지방에 전해 내려오는 교방 계통의 무용극입니다. 여기서 한량이란 양반 출신으로 노상 놀고먹는 사람을 이르는데, 한량무는 한량과 승려가 한 여인을 유혹하는 내용을 춤으로 표현한 무언무용극(無言舞踊劇)입니다. 원래 이 춤은 조선 중기 이후 남사당패 가운데 무동(舞童)이 놀았던 것으로 조선시대 말까지 계속해서 연행되었으나, 남사당패가 흩어지면서 1910년 이후 어른의 무용으로 기방에서 주로 추게 됩니다.

 

지역마다 한량무와 비슷한 춤들을 추었으나 이제는 거의 없어지고 진주에서만 1979년에 재연되어 지방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고종 때 정현석(鄭顯奭)이 엮은 교방가요(敎坊歌謠)진주의암별제지(晉州義岩別祭志)등에 보면 예부터 진주 감영 교방에서 많이 추었다는 기록이 있지요.

 

이 춤은 부패한 양반과 파계승을 풍자한 무용극으로 한량을 비롯해서 승려·상좌(上座별감(別監색시(또는 기생주모·마당쇠가 나와 이야기를 엮어갑니다. 특히 주인공 한량이 한 기생을 데리고 즐겁게 놀고 있을 때 승려가 나타나 기생에게 반하고, 승려가 멋진 춤으로 기생의 환심을 사자 기생은 한량을 배신하고 승려에게 가는 남녀의 애정관계를 그립니다.

 

 

 

 

 

 

각 배역의 춤사위는 개성미가 뛰어나고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으며 해학적 요소와 무언극적인 요소가 더해집니다. 시대상을 풍자한 춤으로 토속미가 넘치는 점이 돋보이지요. 한량무는 궁중무용도 아니고 순수한 민속춤도 아닌 교방 계통의 무용극이라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교방 기녀들에게 노래와 춤을 가르치던 관청

 

무언무용극 노래나 대사가 없이 춤으로만 표현하는 연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