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의 <노송영지도老松靈芝圖>는 가로 103cm, 세로 147cm인 초대형 그림입니다. 휘굽어 늙은 소나무 한 그루가 화폭을 가득 채우고 담분홍빛 영지버섯이 그려져 있지요. 장수를 비는 십장생도十長生圖 계통의 작품으로, 그림 오른쪽 아래에 적힌 ‘을해추일 겸재팔십세작乙亥秋日 謙齋八十歲作’이라는 글을 통해 겸재 정선이 80세에 그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화가 정선의 원숙함이 느껴지는 작품이지요. 보통 소나무만 크게 부각시켜 그리는 경우는 드물기에, 과감하게 소나무 한 그루만 화폭 전면에 그린 이 <노송영지도>는 파격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정선의 묵법이 잘 표현된 <노송영지도>는 2000년 경매사상 최고가인 7억원에 OIC 그룹 이회림 명예회장이 낙찰 받았지요. 그는 부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평소 지론대로 이 <노송영지도>와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포함하여 50여 년 동안 모아온 4,800여 점의 문화재를 자신이 설립한 송암미술관과 함께 2005년 인천시에 기증했습니다.
“아쉽기도 하지만, 어쨌든 사회에 돌려줘야죠. 인천에서 동양화학 공장을 운영하면서 인천 분들에게 빚진 게 많은데 개성상인 신용의 실천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기증하면서 이렇게 말한 이 회장을 두고 사람들은 이 시대에 보기 드문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고 입을 모읍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프랑스어로 높은 신분에 따르는 도덕적 의무를 말함.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해야 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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