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수궁가>에 나오는 자라로 물병을?
별주부 기가 막혀 “여보 토공! 여보 토공 간 좀 빨리 가지고 오시오.”
가든 토끼 돌아다보며 욕을 한번 퍼붓는디
“제기를 붙고 발기를 갈 녀석 뱃속에 달린 간을 어찌 내어드린단 말이냐.”
판소리 <수궁가> 가운데 ‘토끼 세상 나오는 대목’입니다. 여기에 토끼한테 당하는 별주부가 바로 자라지요.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분청사기 박지 모란무늬 자라병粉靑沙器剝地牡丹文鐵彩甁’은 자라 모양의 낮고 넓적한 몸체와 위로 솟은 주둥이를 갖춘 병입니다. 주로 나들이할 때 술이나 물을 담아 가지고 다니던 것이지요. 납작하다고 하여 ‘편병扁甁’이라고도 부릅니다. 이 병은 전체를 백토로 두껍게 바르고, 윗면에는 모란꽃과 잎을 새겨 넣었지요. 그리고 무늬가 새겨진 곳 이외의 백토 면을 깎아낸 뒤 검은 색 물감을 칠하는 ‘박지剝地기법’을 썼는데, 분청사기 무늬 가운데 조형적으로 가장 뛰어나다고 합니다.
이 자라병은 조선시대 만들어진 분청사기로 실용성과 휴대성은 물론 예술적 아름다움까지 갖추었습니다. 자라병은 주둥이에 줄을 감아서 허리에 차거나 동물의 등에 묶어 가지고 다니기 쉽도록 했는데, 이러한 모습은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하지요. 어떤 이는 요즘 군대에서 쓰는 수통의 옛날 모습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플라스틱이나 고무처럼 깨지지 않는 소재가 없던 시절에는 불편했음직하지만, 술병 하나에도 예술혼을 새겨 넣은 장인의 정신이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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