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머리를 올린 당간을 보셨나요?
용龍은 오랜 세월 우리 겨레의 문화 속에 자리한 상상의 동물입니다. 용 모습이 새겨진 귀한 유물로 ‘금동당간용두金銅幢竿龍頭’가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부리부리한 눈과 쑥 내민 윗입술과 송곳니, 쩍 벌린 입 안쪽에 여의주를 물고 있는 모습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생동감을 느끼게 합니다. 목을 앞으로 쑥 내밀어 휘어진 역동적인 몸통에는 두 가닥의 선으로 비늘을 촘촘히 오목새김(음각)했습니다.
금동당간용두는 1977년 경상북도 풍기에서 발견된 것으로 용의 입을 가로지른 철봉에는 실패 모양의 도르래가 끼워져 있습니다. 도르래는 그 앞의 여의주에 가려 밖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설계되었으며, 턱 밑은 뚫려서 쇠줄을 도르래에 걸 수 있지요. 지금은 도르래 부분이 심하게 녹슬어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입니다. 용의 조각으로 보아 경주의 성덕대왕신종보다는 다소 늦은 800년 전후에 만들어진 듯 합니다.
예부터 절 들머리(입구)에는 멀리서도 절이 있음을 알 수 있는 ‘번幡’이라는 깃발을 달았습니다. 이 장엄한 깃발을 달았던 장대를 ‘당간’이라 하고, 당간을 지탱해주는 두 기둥을 ‘당간지주’라 하지요. 오늘날 쇠나 돌로 된 당간이 남아있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대부분 당간을 받치는 당간지주만 남아 있습니다. 당간의 꼭대기에는 용머리를 장식하여 올렸는데, 현재 전체 모양이 완전하게 남아 있는 것으로는 호암미술관의 ‘소형청동용두보당’이 있을 뿐입니다. 풍기에서 발견된 보물 제1410호 금동단간용두는 국립대구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대구에 간다면 시간을 내서 박물관 나들이를 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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