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사람들, 여러 사람 코 때리기
‘여러 사람 코 때리기衆人打鼻’, 술잔 비우고 크게 웃기飮盡大笑‘, ’얼굴 간지럼을 태워도 참기‘, 이게 뭘까요? 아이들 놀이의 하나? 아닙니다. 신라 사람들이 했던 나무주사위 놀이의 벌칙입니다. 신라 사람들은 나무주사위를 던져서 나오는 면에 적힌 벌칙을 따르는 놀이를 했는데 그 벌칙들이 재미 있습니다. 요즘의 ’러브샷‘처럼 팔을 구부리고 술을 마시는 ’곡비즉진曲臂則盡‘도 있지요. 모두 해학과 웃음이 넘쳤던 신라 사람들의 삶을 보여줍니다.
이 나무주사위 곧 주령구酒令具는 1975년 경주 안압지(월지)를 발굴하던 중 연못 바닥의 갯벌 속에서 발견된 유물로 정사각형 면이 6개, 육각형 면이 8개인 14면체입니다. 『안압지 발굴조사보고서』(1978년)에 보면 남북국시대(통일신라시대) 귀족들이 술좌석 등 여러 사람이 모인 흥겨운 자리에서 놀이에 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목제 주사위 진품은 불타버리고, 현재는 그 복제품만 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지요.
재미있게도 요즘 안압지 입구에 가면 ‘주령구빵’을 팝니다. 2012년 제6회 떡과 술잔치 행사장에서 관광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지요. 주령구빵은 사과와 블루베리 소를 넣었고, 그리 달지 않으면서도 푹신하게 씹히는 빵과 소의 맛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경주를 대표하는 특산품으로 황남빵과 찰보리빵이 있지만 이제 주령구빵이 더 생긴 것이지요. 나무주사위도 보고 주령구빵도 먹으로 안압지에 한번 들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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