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조각이 아름다운 경천사 10층 석탑
서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에 들어서면 우람한 석탑이 천정을 찌를 듯한 자태로 서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도 박물관에 있을 것이 아닌 이 거대한 탑은 국보 제86호 ‘경천사 10층 석탑’입니다. 원래 경기도 개풍군 광덕면 중연리 부소산의 경천사敬天寺에 있던 탑으로, 고려 충목왕 4년(1348년)에 건립되었습니다. 『고려사』에 따르면 경천사는 고려 왕실의 제삿날에 종종 추모제를 지냈던 절입니다.
석탑의 1층 탑신석에 따르면 대시주 중대광 진녕부원군 강융姜融 등 여러 명이 왕실의 안녕과 국태민안, 일체 중생이 모두 성불하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1348년 3월에 조성한 것입니다. 경천사 석탑은 목조건축의 기둥과 공포, 난간과 현판이 잘 표현되어 있고, 기와가 정교하게 표현된 지붕들(옥개석)을 덮었으며, 기단부에는 불법을 수호하는 형상으로 밑에서부터 사자, 용, 연꽃, 소설 『서유기』의 장면, 나한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1층부터 4층까지의 탑신부에는 부처의 법회 장면이 모두 16장면으로 새겨져 있고 5층부터 10층까지는 합장 모습의 불좌상이 아름답게 새겨져 있습니다.
경천사 10층 석탑은 이 자리에 오기까지 수난을 겪어야 했습니다. 1907년 순종의 가례에 일본 특사로 온 궁내대신 다나카 미쓰아키가 맘대로 석탑을 일본으로 가져가버린 사건이 그 시작입니다. 석탑 반출은 곧바로 문제가 되어 『대한매일신보』에 10여 차례 기사와 논설이 빗발쳤고 미국인 호머 헐버트Homer B. Hulbert와 영국인 어니스트 베델Ernest T. Bethell은 일본의 영자신문과 『뉴욕포스트New York Post』 등에 다나카의 경천사 석탑 불법 약탈을 폭로했지요. 그 결과 석탑은 1918년 11월 15일 국내로 들어와 이듬해인 1919년 박물관의 품에 안기게 되었습니다. 그 뒤 여러 차례 훼손된 부분을 수리하여 2005년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개관 때 현재의 자리에 세워진 것입니다.
'사진이 있는 이야기 > 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김영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라땅 한가운데에 있는 중앙탑 (0) | 2021.10.14 |
---|---|
제주의 옛 등대 ‘도대불’을 보셨나요? (0) | 2021.10.13 |
연꽃을 형상화한 아름다운 청자 주전자 (0) | 2021.10.11 |
신라 사람들, 여러 사람 코 때리기 (0) | 2021.10.10 |
용머리를 올린 당간을 보셨나요? (0) | 2021.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