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김영조)

궁중화원의 그림 솜씨, 백자 철화 매죽무늬 항아리

튼씩이 2021. 10. 19. 12:57

궁중화원의 그림 솜씨, 백자 철화 매죽무늬 항아리

 

 

고려시대 우리 겨레는 찬란한 청자문화를 꽃피웠습니다. 그러다 조선시대 들어 청자 대신 백자가 유행했습니다. 고려는 불교와 귀족의 나라로 사후세계의 구원에 관심이 많았기에 환상적이며, 불교적인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상감기법을 이용한 많은 무늬와 화려한 색깔의 청자가 발달했지요. 반면 조선은 성리학이 중심이 된 나라로 현실적, 합리적, 실용적인 사고방식이 지배했습니다. 그래서 그릇으로서 도자기는 무늬, 색깔보다는 견고하고 기능적인 것을 선호한 탓에 백자가 발달했습니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는 두 나라의 철학적 배경이 만들어낸 것이지요.

 

 

 

 

 

 

초기의 조선백자 가운데 국보 제166백자 철화 매죽무늬 항아리가 눈에 띕니다. 높이 41.3cm, 입지름 19cm, 밑지름 21.5cm인 이 항아리는 약간 높직한 입 부분이 안으로 기울어져 있으며, 어깨와 몸체 윗부분이 풍만하게 부풀었다가 조금씩 좁아져 내려오면서 당당하고 힘찬 선을 그으며 바닥에 이르지요. 입 부분에 구름무늬가 있고 어깨에 변형된 연꽃무늬가 있습니다. 몸체에는 대나무와 매화 그림이 철채(鐵彩)로 가득 그려져 있으며 아랫단에 파도무늬가 있습니다. 대나무 그림은 몰골법(沒骨法)으로 그렸고, 매화는 몰골법과 대치되는 구륵법(鉤勒法)으로 그렸습니다. 만든 곳은 광주군 일대의 관음리 가마로 추정하며, 매화와 대나무 그림은 솜씨가 뛰어나서 궁중화원이 그린 것으로 보입니다.

 

 

 

철채      쇳가루로 만든 물감.

 

몰골법   윤곽선을 써서 형태를 선명하게 그리지 않고 바로 먹이나 채색만을 사용하여 사물을 그리는 기법.

 

구륵법   형태의 윤곽을 선으로 먼저 그리고, 그 안을 색으로 칠하는 기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