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병, 참기름을 담아 올립니다
2009년 11월, 충청남도 태안 마도 앞바다에서 고려시대 배가 인양되었습니다. ‘마도1호선’이라고 불린 그 배에는 날렵한 어깨선과 날씬한 모양을 한 매병도 있었지요. 그리고 매병과 함께 목간(木簡, 글을 적은 나뭇조각)도 출토되었습니다. 그 목간에는 이 매병을 누구에게 보내며 내용이 무엇인가를 적어 흥미롭습니다.
예를 들면 “중방도장교오문부重房都將校吳文富” 곧 ‘중방 도장교 오문부에게’, “택상진성준봉宅上眞盛樽封” 곧 ‘참기름을 담아 올린다’라고 쓰여 있지요. 목간은 바로 오늘날의 소포나 택배 송장 같은 것이었습니다. 화물 발송자는 ‘호장 송 戶長 宋’, ‘죽산현 아무개 君’ 등 죽산현과 회진현, 수령현의 지방 향리로 적혀 있었고 수신자는 ‘대장군’, ‘별장’ 같은 직책으로 표기되어 있었지요. 발송지가 세 곳이고 수신자가 경창(京倉)이 아닌 각 개인으로 되어 있다는 점으로 보아, 마도1호선이 국가 세금을 운반하는 조운선은 아니었을 겁니다. 이 배는 무신정권 실력자들이 지방 영지에서 거두어들인 소작료를 운반하는 개인 소유 배였을 가능성이 크지요.
지난 2013년 목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의 해양유물전시관에서는 태안 마도 해역에서 출토된 청자 매병 2점이 보물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는 특별전 <매병(梅甁) 그리고 준(樽): 향기를 담은 그릇>이 열렸습니다. 마도1호선에서 출수된 매병과 목간들은 이 전시회에서 첫선을 보였지요. 국내에서 매병만을 주제로 한 특별전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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