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보다 151년 먼저 그린 윤두서의 <동국여지도>
조선 후기의 선비 화가 공재 운두서는 시·서·화에 두루 능했고, 유학에도 밝았습니다. 윤두서는 “옛 그림을 배우려면 공재로부터 시작하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림에 뛰어났는데, 대표적 작품으로는 현재 그의 종손가 녹우당(綠雨堂) 유물전시관에 소장된 국보 제240호 <공재 자화상>이 있습니다. 그 밖에 윤두서는 <나물캐기>, <짚신삼기>, <목기깎기>, <돌깨기> 같은 풍속화를 많이 그렸는데, 그의 그림을 보면 어려운 삶을 사는 백성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납니다.

윤두서의 그림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작품은 보물 제481-3호 『해남윤씨가전고화첩』 중 <동국여지도(東國與地圖)>지요. 숙종 36년(1710년)에 종이 위에 채색하여 그린 조선의 지도로 크기는 가로 72.5cm, 세로 112cm입니다. 강줄기와 산맥을 정확하고 섬세하게 표현했고, 섬들도 자세히 그렸으며,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수로까지 표시했지요. 이 <동국여지도>는 우리가 익히 아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보다 151년이나 앞서 그린 것입니다.

또 윤두서는 <중국여지도>, <일본여도>도 그렸다고 전해지지만 현재는 <동국여지도>와 <일본여도>만 남아 있습니다. 그 가운데 <일본여도>는 임진왜란의 치욕을 되갚고자 숙종이 윤두서에게 명하여 그리게 한 지도입니다. 특히 이 지도를 그릴 때 일본에 48명의 첩자를 보내 그 정보를 토대로 지도를 그렸다고 하는데, 일본의 땅 모양과 거리는 물론 각 지방 장군들의 성까지도 상세히 파악해서 표시해 놓았습니다. 이렇게 상세한 지도까지 그린 윤두서의 필력이 대단함에도, 김정호에 가려 그의 이름과 <동국여지도>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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