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넝쿨 사이에서 원숭이는 신이 납니다.
포도넝쿨 사이에서 원숭이가 노니는 그림의 도자기를 보셨나요? 국보 제93호 ‘백자 철화 포도원숭이 항아리白磁鐵畵葡萄猿文壺’가 그것입니다. 이 항아리는 붉은 빛이 나는 산화철로 포도와 원숭이무늬를 그려놓은 조선백자지요. 조선시대 원숭이 그림은 높은 벼슬을 바라는 마음과 부귀영화를 누리라는 뜻에서 그렸고, 포도는 다산을 뜻했습니다. 이 항아리는 포도 잎과 줄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놓았고, 넝쿨을 타고 노는 원숭이는 활달하고 세련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이 그림은 도공(陶工)이 아니라 전문 화원이 그린 회화성이 짙은 그림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모양을 보면 입 부분은 넓고, 어깨에서 벌어져 몸통 위쪽에서 중심을 이루었다가 좁아져 세워진 단아한 모습을 하고 있지요. 또 몸통 전면에 푸른색이 감도는 유백색의 백자 유약이 고르게 칠해져 있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에 있는 ‘백자 철화 포도무늬 항아리(국보 제107호)’와 함께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명품 백자 항아리입니다.
이 항아리는 붉은 색 계열의 산화철로 그림을 그리는 철화백자로 분류됩니다. 철화백자는 15~16세기에도 있었지만, 값비싼 청화백자를 사치로 여기게 된 임진왜란 이후(17세기) 생산량이 늘어났지요. 18세기 초, 다시 청화를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자 철화백자의 인기는 청화백자에 밀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명품이 된 ‘백자 철화 포도원숭이무늬 항아리’는 우리가 자랑해도 좋은 문화재입니다.
'사진이 있는 이야기 > 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김영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끄러움으로 눈물 흘리는 백자 무릎 모양 연적 (0) | 2021.10.23 |
---|---|
연꽃 위에 앉은 거북이 (0) | 2021.10.22 |
신라 때 달걀을 넣어두었던 장군 (0) | 2021.10.20 |
궁중화원의 그림 솜씨, 백자 철화 매죽무늬 항아리 (0) | 2021.10.19 |
김정호보다 151년 먼저 그린 윤두서의 <동국여지도> (0) | 2021.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