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구를 물리친 정지 장군의 미늘갑옷
정지(鄭地) 장군은 고려 충목왕 3년(1347년)에 태어나 왜구를 격파하는 데 큰 공을 세운 분입니다. 그는 1377년 순천도병마사가 되어 순천, 낙안 등지에 침입한 왜구를 격퇴했고, 이듬해에는 영광, 광주, 동복 등에서 왜구를 물리쳤습니다. 그 뒤 해도원수가 되어 1년 동안 여뎗 차례 왜구와의 싸움에서 이겼지요. 우왕 14년(1388년)에는 안주도원수로 요동 정벌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이성계가 위화도회군을 계기로 조선 왕조를 세우려 하자 이를 저지하고 우왕을 복위시키려다 발각되어 경주로 유배를 당합니다.
이 정지 장군이 입었던 실제 갑옷이 광주광역시립 민속박물관에 남아 있습니다. 보물 제336호로 지정된 경번갑(鏡幡甲)입니다. 경번갑은 철판이 붙어 있는 갑옷을 말하며 다른 말로는 ‘철판사슬갑옷’ 또는 ‘미늘갑옷’, ‘미늘사슬갑옷’이라고도 부르지요.
이 갑옷은 총 길이 70cm, 가슴둘에 79cm, 소매 길이 30cm이며, 세로 7.5~8cm, 가로 5~8.5cm의 철판에 구멍을 뚫어 철제 고리로 연결했습니다. 앞면에는 철판 6조각을 한 줄로 연결한 것이 6줄이 있고 그 가운데 두 줄은 여미게 되어 있지요. 또한 뒷면은 7조각을 한 줄로 연결한 것이 5줄로 등을 가리게 했습니다. 어깨와 팔은 철판 없이 고리만을 사용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입니다. 정지 장군 갑옷은 비교적 원형을 잘 남기고 있어 갑옷 연구에 귀한 자료일 뿐 아니라 600여 년 전 장군이 살았던 시대를 바로 어제처럼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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