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류사 미륵상, 일본인의 얼굴
지그시 감은 눈과 입가에 감도는 미소를 보면 그것은 바야흐로 법열法悅을 느끼는 듯 성스럽고 신비스러워 보인다. 아! 어쩌면 저렇게도 평온한 모습일 수 있을까. 몸에 어떤 장식도 가하지 않은 나신裸身이다. 우리의 국보 83호 금동미륵반가상만 해도 목덜미에 둥근 옷주름을 표현해서 법의法衣가 몸에 밀착돼 있음을 암시하지만 이 불상에선 가슴 부분이 가벼운 볼륨감으로 드러나 있고 목에 세 가닥 목주름을 나타냈을 뿐이다. 이를 삼도三道라 한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 3: 교토의 역사』에 나오는 일본 교토 고류사廣隆寺의 ‘목조미륵반가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미술사를 전공한 저자는 참으로 섬세하게도 미륵상을 칭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고류사 미륵상에 엄청난 비밀이 숨어 있음을 모릅니다.

2009년 9월 18일 『연합뉴스』에 「일본국보 비밀캐는 이윤옥 교수」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이 교수는 일본 여자미술대학 나가이 신이치永井信一 교수가 1976년 「역사공론」 6월호에 기고한 「아스카불佛에 보이는 일본과 조선」이라는 논문을 들어 미륵상의 비밀을 캐냈습니다. 논문에서 나가이 신이치 교수는 “메이지시대 미륵상의 얼굴 모습은 아무리 봐도 일본인이 만든 얼굴이라기보다 조선인의 얼굴이자 조선의 불상”이며 “(나중에) 일본인의 손에 의해 일본인의 얼굴로 태어났다”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고류사 미륵상은 원래 조선인의 얼굴이었는데 메이지明治 때 일본인의 얼굴로 고쳐진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동안 국내 학자와 언론은 이구동성으로 “고류사 미륵상과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의 국보 제83호 미륵상이 똑같다”를 외치며 극찬을 늘어놓았습니다. 두 미륵상 사진을 나란히 놓고 견준 것을 보면 얼굴은 전혀 닮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국보 제83호는 통통한 얼굴인데 반해 고류사 것은 날렵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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