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알려면 『탐라순력도』를 보라
제주도는 지금이야 우리나라 최고의 휴양지로 외국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예전에는 유배당하는 사람이나 가는 험한 곳이었습니다. 그런 제주도를 처음으로 소상히 알린 것은 보물 제652-6호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입니다. 『탐라순력도』는 조선 숙종 28년(1702년) 제주목사 겸 병마수군절제사로 제주도에 부임해온 이형상이 그해 관내 각 고을을 돌며 진행한 행사와 풍광을 제주목의 김남길이라는 화공이 가로 35cm, 세로 55cm의 종이에 그린 총 41폭의 채색 화첩이지요.
제주도 지도와 관아와 읍성, 군사시설을 비롯해, 활쏘기나 잔치 등의 풍물을 담고 있어 흥미를 더합니다. 화첩은 독립된 제주도 지도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꼽히는 <한라장촉漢拏壯囑> 1쪽, 순시 장면 등이 40쪽, 그림에 관한 기록 2쪽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맨 처음 제주도 전도(全圖)인 <한라장촉>으로 시작해서<조천조점朝天操點>, <김녕관굴金寧觀窟>, <정방탐승正房探勝>, <서귀조점西歸操點>, <현폭사후懸瀑射帿>, <명월시사明月試射>, <고원방고羔園訪古>, <산방배작山房盃酌>, <제주양로濟州養老> 등으로 이어집니다.
이 화첩을 보면 목사 일행은 조천성에 들어가 군사훈련과 말을 점검하고, 김녕의 용암굴을 둘러본 뒤, 정방폭포도 구경하고, 서귀진의 군사를 점검한 뒤에 천제연폭포에서 활쏘기대회도 엽니다. 또 귤나무 숲에 들어 풍악을 곁들인 잔치를 열고, 산방산 산방굴 앞에서 잔을 기울이기도 하지요. 이 목사는 순행을 마치고 제주목으로 돌아와서는 각 고을 어르신들을 초청해 양로잔치를 베풉니다. <제주양로> 장면의 아래쪽에 적힌 기록에는 100세 이상이 3명, 90세 이상이 23명, 80세 이상이 183명 참석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국립제주박물관에서 가장 눈여겨볼 전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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