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친왕비의 가체를 장식한 대봉잠
몇 년 전 방영된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훤은 무녀 월이 연우였음을 깨닫고 연우가 있는 활인서로 한걸음에 달려가 감격적으로 재회합니다. 훤은 연우를 편전으로 데려가 과거 연우에게 선물했던 봉잠 ‘해를 품은 달’ 한 쌍을 준 뒤 “하나는 내 달이 돼달라는 청혼의 징표로, 또 하나는 그대가 나의 정비가 되는 날 이곳에서 줄 생각이었는데 이제야 하나가 됐다”며 키스하는 장면이 등장하지요.
조선시대 왕비들이 가체에 꽃던 비녀에는 매화를 새긴 ‘매잠’, 석류를 새긴 ‘석류잠’, 봉황 모양을 새긴 ‘봉잠’, 대나무 마디 무늬를 넣은 ‘죽절잠’ 등이 있는데 그 화려함이 보는 사람 누구나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그 가운데 <해를 품은 달>에 등장했던 봉잠은 머리 부분에 봉황 모양을 새긴 큰 비녀입니다.
국립고궁박물관에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英親王)의 비 이방자 여사가 썼던 중요민속문화재 제265호 대봉잠大鳳簪이 있지요. 이 대봉잠은 전체 길이 39.6cm, 봉황 길이 12cm, 봉황 날개폭 6cm의 크기입니다. 그 기법의 다양성만큼이나 화려한 모습을 보이는데, 가운데 부분을 빼고는 모두 금도금을 했지요. 하지만 비운에 살다간 영친왕비 이방자 여사에게는 이 대봉잠도 큰 위안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진이 있는 이야기 > 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김영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흥선대원군의 집무복, 단령 (0) | 2021.11.14 |
---|---|
궁중 여인들이 입던 대란치마와 스란치마 (0) | 2021.11.13 |
간도 용정촌의 유래가 된 물 퍼올리는 ‘용두레’ (0) | 2021.11.11 |
쇠뿔로 만든 아름답고 화려한 화각공예품 (0) | 2021.11.10 |
술을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 될 누룩고리 (0) | 2021.1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