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뿔로 만든 아름답고 화려한 화각공예품
‘화각華角’은 쇠뿔을 종잇장처럼 얇게 갈아 투명하게 만든 판을 말하며, 이것을 써서 공예품을 만드는 것을 ‘화각공예’라고 합니다. 얇게 만든 화각판에 그림을 그린 뒤에, 그림이 쇠뿔에 비쳐 보이도록 뒤집어 목공예품에 붙여 치장하는 전통공예기법입니다. 쇠뿔의 뒷면에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그림이 벗겨지지도 않고 은은한 쇠뿔의 광택도 즐길 수 있습니다.
화각공예는 무늬와 그림이 화려하고 자유분방한 민화풍이라 보석함, 경대, 반짇고리, 참빗, 바느질자, 실패, 장도 같은 여성용 가구나 소품을 만들 때 주로 쓰였지요. 드물게 화각공예로 만든 2·3층의 버선장, 머릿장이나 사방탁자, 경상經床도 있습니다. 무늬는 장수를 비는 글자나 각종 상징물, 자연물 따위를 조각했습니다. 오래된 화각공예 작품으로는 일본 쇼소인(正倉院)에 소장된 바느질자가 있습니다. 신라에서 건너간 것으로 보입니다. 경주 제155호분에서 나온 백화수피제서조도채화판(白樺樹皮製瑞鳥圖彩板)도 화각제품의 일종으로 추정합니다. 하지만 단연코 눈에 띄는 것을 꼽는다면 일본 교토 고려미술관에 있는 화각삼층장(華角三層欌)입니다.
화각공예는 목공예품의 표면을 꾸민다는 점에서 보면 나전칠기(螺鈿漆器)공예와 비슷하지요. 다만 나전은 그 재료가 얇게 간 조개껍데기라는 점이 다릅니다. 화려한 채색과 그림을 이용하는 화각공예는 회화적인 성격을 갖추고 있으며, 재료가 귀하고 공정이 까다로워서 양반들의 기호품이나 애장품에 주로 이용되었습니다. 화각공예는 나전칠기공예와 더불어 전통왕실공예의 쌍벽을 이루지요.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만 있는 세계 유일의 공예분야로 동양공예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나전칠기공예와 달리 사람들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화각공예로 공예품을 만드는 사람을 화각장華角匠이라고 합니다. 1910년대 양화도(楊花渡, 오늘날 서울 망원동)에는 60여 호의 화각공방이 있었다고 하지요. 지금은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 제109호로 지정되어 계승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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