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김영조)

매국노 상전을 꾸짖은 여종

튼씩이 2021. 12. 8. 12:56

매국노 상전을 꾸짖은 여종

 

 

이근택아, 너는 대신이 되어 나라의 은혜를 크게 입었는데 나라가 위태로운데도 목숨을 던져 나라를 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 도리어 죽음을 면했다고 자랑하느냐? 너는 참으로 개만도 못한 놈이다. 내가 비록 천한 사람이지만 어찌 개의 종이 될 수 있겠느냐? 내 힘이 약해서 너를 두 동강이로 베지 못하는 것이 한스럽다. 나는 다시 옛 주인에게 돌아가겠다.”

 

 

조선 말기 나라를 팔아먹는 데 앞장섰던 을사오적의 하나인 이근택(李根澤, 1865~1919)의 여종이 이근택을 크게 꾸짖으면서 한 말입니다. 이 여종은 을사늑약에 끝까지 반대하다 파면된 한규설의 종이었는데, 한규설의 딸이 이근택의 아들과 혼인할 때 따라간 교전비(轎前婢)였지요. 이근택이 을사늑약이 체결된 뒤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와 나는 다행히 죽음을 모면했다라며 자랑스럽게 말하자, 부엌에 있던 여종이 이 말을 듣고 식칼을 들고 나와 호통을 쳤지요. 이련 내용은 조선 말기 황현(黃玹)이 고종 1(1864)부터 1910년까지 47년 동안을 기록한 책 매천야록(梅泉野錄)에 나옵니다. 나라를 팔아먹는 데 앞장선 상전을 꾸짖는 기개를 이 시대의 우리도 닮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