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김영조)

청백리 인정받자 사양한 조사수

튼씩이 2021. 12. 30. 08:03

청백리 인정받자 사양한 조사수

 

소신은 천성이 본래 잔약하고 어리석어서 남에게 무엇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남들이 혹시 주는 것이 있으면 받아서 먹기도 하였으니 청렴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전하께서 너그러이 용납하시어 탐관오리를 면한 것만으로도 만족한데 사실과 달리 넘치는 이름을 얻고 보니, 이는 신이 하늘을 속이는 죄를 받을 뿐만 아니라 깨끗한 정사(政事)를 지향하는 전하께도 혹 누가 될는지 두려우며 몸 둘 바를 몰라 저도 모르게 이마에 땀이 맺히고 등에도 땀이 흐릅니다. 청백리의 이름을 지워주소서.

 

 

이는 유배지나 다름없는 제주목사가 되어 갔다가 제주의 문제점을 소상히 적어 올린 뒤 제주도 방어문제로 노심초사하던 임금에게서 청백리로 인정받은 송강(松岡) 조사수(趙士秀, 15021558)가 한 말입니다. 이렇게 청백리로 인정받는 것에 대해 조사수가 사양하자 명종은 청백리란 예부터 드문 것이다. 경의 행실은 온 조정이 잘 알기 때문에 천거한 것이니 사양하지 말라라고 했습니다.

 

조사수에 대한 일화는 이것만이 아니지요. 그가 출근하는 길옆에 진복창의 집이 있었는데, 당시 진복창은 윤원형의 심복으로 을사사화 때 사림을 숙청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이러한 진복창의 위세를 두려워한 대부분의 관리는 늘 허리를 굽히고 그를 대했습니다. 그런데 조사수만은 3년 동안 진복창의 집 앞을 지나다니면서 한 번도 집에 들러 인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청렴결백에 강직하기까지 했던 조사수 같은 공직자가 지금 시대에는 어디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