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김영조)

수양대군과 춤추는 학

튼씩이 2022. 1. 4. 07:57

수양대군과 춤추는 학

 

어느 날 안평대군 이용 · 임영대군 이구와 더불어 향금(鄕琴)을 타라고 명하였는데, 세조는 배우지 않았으나 안평대군 용이 능히 따라가지 못하니 세종과 문종이 크게 웃었다. (……) 세조가 또 일찍이 피리()를 부니 자리에 있던 모든 종친들이 감탄하지 않는 자가 없었고, ()이 날아와 뜰 가운데에서 춤을 추니 금성대군(錦城大君) 이유(李瑜)의 나이가 바야흐로 어렸는데도 이를 보고 홀연히 일어나 학과 마주서서 춤을 추었다. - 세조실록총서 세 번째 기사

 

 

어린 조카 단종의 왕위를 빼앗은 세조(14171468, 재위 14551468)를 후세 사람들은 곱게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으로 본다면 업적도 적지 않았지요. 특히 세조는 훈민정음이 자리를 잡는 데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세조실록총서의 내용을 보면 원래 세조, 곧 수양대군은 악기를 좋아하지 않고 활쏘기와 말타기를 더 좋아했습니다. 그러다 하루는 수양대군이 무인들과 어울리다가 밤늦게 들어올 때 아버지 세종이 가야금 타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습니다. 수양대군은 다음 날 아버지에게 가야금을 배우게 해달라고 합니다. 이때 세종은 안평대군, 임영대군과 함께 가야금을 타라고 했지만 배우지 않았던 수양대군이 더 잘 탔던 것입니다. 이후 수양대군은 비파와 피리 연주에도 재능을 보였지요.

 

수양대군은 보위에 오른 뒤 대신들에게도 음악을 배우라고 권합니다. “음악은 고요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길 수 있고, 약하지만 강폭한 사람의 마음을 제압할 수 있으며, 소리가 낮아도 함부로 범하지 못한다. 음악은 오묘한 소리 가운데 진리의 정수인 도()가 함축되어 있어 우주 만물을 변화시키고 조화롭게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세조는 왕위 찬탈 때문에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음악을 사랑한 임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