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에 물 불고 봄빛이 사립문에 가득하네 – 백광훈, 「계당우후」
어젯밤 산속에 비가 내렸으니 昨夜山中雨
앞 시내 지금 물이 불었으리라 前溪水政肥
대숲 집 그윽한 봄꿈 깨어나니 竹堂幽夢罷
봄빛이 사립문에 가득하구나 春色滿紫扉
선조 때 삼당시인(三唐詩人)으로 이름났던 백광훈(白光勳)의 「계당우후(溪堂雨後)」입니다. 산에 봄비가 와서 물이 불어났고, 비가 그치자 사립문 앞에 봄빛이 완연하다는 내용이지요. 이렇게 이른 봄을 노래한 한시로 윤휴(尹鑴)의 「만흥(漫興)」도 있습니다.
말을 타고 유유히 가다서다 하노라니 驅馬悠悠行不行
돌다리 남쪽 가에 작은 시내 맑기도 하다 石橋南畔小溪淸
그대에게 묻노니 봄 구경 언제가 좋은가 問君何處尋春好
꽃은 피지 않고 풀이 돋으려 할 때이지 花未開時草欲生
말을 타고 맑은 시내 주변에 펼쳐진 이른 봄의 경치를 느릿느릿 즐기다가, 풀이 막 돋는 때가 봄 경치 가운데 가장 좋다고 중얼거리는 내용입니다. 흔히들 봄꽃이 활짝 피고 날씨도 화창한 때가 더 좋다고 생각하지만, 자연과 교감할 줄 아는 윤휴의 눈에는 꽃이 피기 전 풀이 조금씩 돋아날 때가 좋은 것이지요. 이 시를 쓸 때 윤휴가 25세였음을 생각하면 그는 너무 일찍 세상을 안 것인가요?
삼당시인 조선 선조 때의 세 시인 백광훈 · 최경창 · 이달을 말함. 당시(唐詩)를 주로 하는 시인들이어서 삼당시인이라고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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