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기생 동인홍의 절개 – 동인홍, 「자서」
기생집의 여인과 양갓집 여인에게 娼女女良家
그 마음 어찌 다른지 물어볼거나 其心問幾何
가련치만, 지켜가는 이내 절개는 可憐柏舟節
하늘에 맹세코 죽는대도 딴 뜻 없다네 自誓死靡他
고려시대 팽원(彭原, 지금의 평안남도 안주)의 기생 동인홍(動人紅)이 지은 「자서(自敍)」입니다. 비록 남들이 천하게 보는 기생이지만 절개를 지키려는 마음은 양갓집 여인네와 다름이 없다는 뜻을 “하늘에 맹세코 죽는대도 딴 뜻 없다네”라는 구절이 잘 드러내고 있지요. 정절을 지키려는 마음에는 신분의 차이는 없는데도, 세상은 그렇게 봐주지 않습니다.
여기서 ‘동인홍(動人紅)’이라는 이름은 사람의 얼굴을 벌겋게 만든다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허튼짓을 하는 엉뚱한 사내들의 얼굴을 부끄럽게 만들 만큼 절개를 지키는 동인홍에게는 아무도 범접하지 못합니다. 자기가 한 말을 밥먹듯 뒤집는 사람도 많고, 아무 변명도 없이 자신의 가던 길을 헌신짝 버리듯 변절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인 요즘, 동인홍은 따끔한 충고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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