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은 어찌하여 또 채찍을 휘두르나 – 인목황후, 「칠언시」
늙은 소 논밭갈이 힘쓴 지 이미 여러 해 老牛用力已多年
목 부러지고 살갗 헐었어도 잠만 잘 수 있다면 좋으리 領破皮穿只愛眠
쟁기질, 써레질도 끝나고 봄비도 넉넉한데 犁耙已休春雨足
주인은 어찌하여 또 채찍을 두드리나 主人何苦又加鞭
선조(宣祖)의 계비(繼妃)인 인목왕후(仁穆王后)가 큰 글자로 쓴 칠언시(七言詩)입니다. 크기는 세로 110cm, 가로 50cm이고 종이에 쓴 것으로 근대에 족자로 만들어졌는데,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에 있는 칠장사(七長寺)에 소장되어 있지요. 광해군 5년(1613년) 영창대군(永昌大君)을 추대하려 했다는 공격을 받아 사약을 받고 죽은 아버지 김제남과 아들 영창대군을 위해 인목왕후가 칠장사를 원당(願堂)으로 삼아 중건하면서 쓴 글이지요.
시에서 인목왕후는 이이첨 등 대북파에 시달리는 자신을 ‘늙은 소’에 견주고 광해군을 그 늙은 소에 채찍을 휘두르는 ‘주인’에 비유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의 의미를 곰곰 살펴보면 현대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기업에 오랫동안 몸을 담고 일을 한 노동자는 그저 편하게 살 수만 있으면 좋으련만 해고의 채찍을 휘두른다는 뜻으로도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원당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던 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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