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김영조)

봄은 보이는 것 밖에 있다네 – 이서구, 「유춘동」

튼씩이 2022. 1. 25. 07:55

봄은 보이는 것 밖에 있다네 – 이서구, 「유춘동」

 

 

숲 속에는 향기가 끊이지 않고                       林華香不斷

뜰 풀은 새롭게 푸르름이 더해지지만            庭草綠新滋

보이는 것 밖에 언제나 있는 봄은                   物外春長在

오직 고요한 사람이라야 알 수가 있지           惟應靜者知

 

 

조선 후기 박제가(朴齊家), 이덕무(李德懋), 유득공(柳得恭)과 더불어 사가시인(四家詩人)’으로 불린 척재(惕齋) 이서구(李書九) 한시 유춘동(留春洞, 봄이 머무는 마을)입니다. 숲은 온갖 꽃이 흐드러져 한 폭의 수채화인 듯합니다. 꽃보라 속에서 꽃멀미도 한창일 때고요. 그러나 이서구는 보이는 것 밖에 언제나 있는 봄도 있다고 합니다. 다만 그 봄은 오직 고요한 사람이라야 알 수가 있다고 하지요. 그 봄을 만나기 위해 스스로 고요한 사람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서구는 어려서 어머니를 잃은 외로움 탓에 벼슬보다는 숨어서 살기를 즐겼습니다. 더구나 아들이 없이 늙어가고 벼슬한 일을 평생의 애석한 일로 여겼지요. 이서구의 시는 그의 개인적 성향 탓에 부드럽고 사람 냄새가 나는 것은 물론 사색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조용한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보면서 담담하게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화려한 봄꽃 사이에 자칫 잊기 쉬운 보이는 것 밖의 봄을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