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부동산 회사의 부장인 후지아먀는 아내와 아들과 딸을 둔 48살의 평범한 회사원이다. 어느 날 폐암 말기로 6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병원에 묶여 치료만 받는 무의미한 삶을 거부하고 죽을 때까지 자신의 삶을 정리하기로 마음먹는다. 살아오면서 화해하고 싶었거나 오해를 풀고 싶었던 사람들 - 옛 친구, 장례식 때 싸운 큰 형, 첫 사랑 - 을 만나서 자신의 삶을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던 처음으로 돌리고자 한다. 자신의 죽음을 알리고자 하는 사람이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는 점이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고, 특히나 불륜-주인공은 아니라고 하겠지만-관계인 여자를 아들에게 소개하면서 동질성을 갖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아들과 남자로서의 대화가 가능하다고 느끼는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점점 통증이 더해가고 가족의 소중함을 느껴가는 시점에서 주인공에 대한 동정의 감정이 약간 생겼으나, 불륜녀를 아내에게 소개하면서 아내와 불륜녀 모두에게서 인정받으려고 하는 한 남자의 이기심에 나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주인공 나름으로는 가족을 위해 쉬지 않고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죽음에 이르러 이유야 어떻든지간에 가족보다 가족 이외의 사람에게 먼저 모든 사실을 이야기하는게 맞는지 모르겠고, 특히나 불륜녀와의 관계나 입사동기와의 실수로 인해 생긴 일을 자기 합리화로 몰아가는 대목에서는 남자인 나로서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주인공의 삶을 정리하는 방식이 나쁘다고는 못 하겠지만, 너무 자기 중심적인 - 삶의 마지막에서 대부분이 그렇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 또는 자기 합리화로 치우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제목이 왜 코끼리의 등일까 읽으면서 많이 궁금했는데 코끼리는 자신의 죽음을 알아차렸을 때, 무리를 떠나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간다고 한다. 그래서 죽음을 정리하러 떠날 때 보여지는 코끼리의 등을 제목으로 달고, 인간이 죽음에 이르렀을 때 어떻게 정리하는지를 보여주고자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2010. 10.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