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380. 오늘은 백로, 포도지정을 생각하는 날

튼씩이 2016. 9. 7. 11:37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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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9. 7.



오늘은 24절기 열다섯째로 흰 이슬이 내린다 하는 백로(白露)입니다. 옛 사람들은 이때만 되면 편지 앞머리에 “포도순절(葡萄旬節)에 기체후 일향만강(氣體候一向萬康) 하옵시고”라는 인사를 꼭 넣었습니다. 그것은 포도가 제철인 때 곧 백로부터 추분까지의 절기에 어른에게 안녕하신지 묻는 것입니다. 포도는 예부터 다산(多産)의 상징으로 생각해서 맨 처음 따는 포도는 사당에 고사를 지낸 다음 그 집 맏며느리가 통째로 먹었습니다. 그러나 처녀가 포도를 먹으면 망측하다고 호통을 들었지요.

또 이때쯤 되면 ‘포도지정(葡萄之精)’을 잊지 말라고 합니다. 그것은 어머니가 아이에게 포도를 먹일 때 한 알 한 알 입에 넣고 씨와 껍질을 발라낸 뒤 아이의 입에 넣어주던 정을 일컫습니다. 누구나 어렸을 땐 어머니의 지극 정성한 공으로 자라건만 다 자라면 저 홀로 자란 듯 부모의 은공을 잊고 때론 부모를 죽이기까지 하는 세상이어서 참으로 씁쓸합니다.

백로 때는 밤 기온이 내려가고, 풀잎에 이슬이 맺혀 가을 기운이 완연해집니다. 원래 이때는 맑은 날이 계속되고, 기온도 적당해서 오곡백과가 여무는데 더없이 좋은 때입니다. 늦여름에서 초가을 사이 내리쬐는 하루 땡볕에 쌀이 12만 섬(1998년 기준)이나 더 거둬들일 수 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따라서 백로 때 계속해서 비가 내리면 비가 그치기를 빌면서 기청제(祈晴祭)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기청제를 지낼 때는 비를 섭섭하게 해서는 안 되었습니다. 곧 오줌도 누지 않고 전날 밤 부부들은 각방을 써야 했지요. 포도지장을 생각하는 오늘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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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야기 366 >

태풍의 길목 ‘일본열도’, 89월엔 초비상



일본은 태풍의 길목에 자리 잡고 있어 해마다 여름이면 초비상이다. 글쓴이가 8월 20일 무렵 일본에 가 있을 때도 태풍 제9호와 10호의 상륙으로 일본열도가 긴장을 늦추지 않더니 9월 6일 기상청 일기예보에는 어느새 발달한 제13호 태풍이 오키나와 남쪽 나하시(那覇市) 180km 부근으로 올라오고 있다는 보도다.

“태풍 제13호는 6일 18시 북동쪽으로 매시간 35km 진행하고 있으며 중심기압 1000hPa、중심부근의 최대 풍속은 20m/s이다. 이 태풍은 7일 18시에는 무로토미사키(室岬) 남쪽110km에 도달할 예정이니 태풍주변 해역 및 태풍의 진로로 예상되는 부근에서는 경계를 늦추지 말라.”는 일기예보가 하루 종일 TV와 라디오, 신문 따위에서 반복해서 일본 국민에게 알려주고 있다. 같은 시각 한국의 일기예보는 태풍 이야기가 없다.

예부터 일본에서 “210일 날 큰 태풍이 온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 오는데 210일이란 새해 1월 1일부터 세어서 210일째 되는 날로 9월 1일이나 2일이 이에 해당하는 날이다. 약간 210일설은 벗어나지만 1954년 9월 26일은 일본 태풍 관측사상 가장 큰 태풍이 몰아쳐 사망자와 행방불명자가 속출한 날이기도 했다.

210일 태풍설은 메이레키2년(明曆, 1656)에 나온 이세레키(伊勢曆) 기록이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는 지금처럼 최첨단의 일기예보를 도입하기 전 ‘태풍이 몰려 온 날’을 기록하여 《입표측량력일언해(立標測量曆日諺解)》라는 책을 만들었다.

또한 1610년부터 1887년까지 《일본기상사료》도 나왔는데 이 책을 통해 여름철에 큰 태풍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태풍에 대해 미리 이해하고 그 조치를 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역시 ‘정보’인 듯하다. 제9호 태풍이 몰려오던 날, 각종 언론 매체에서 쏟아져 나온 ‘태풍정보’는 글쓴이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던 기억이다.

* 일본한자는 구자체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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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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