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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 3381. 쇠뿔로 만든 아름다운 ‘화각(華角)’ 공예

튼씩이 2016. 9. 9. 19:13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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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9. 8.



쇠뿔로 만든 화각(華角) 공예는 빛깔과 무늬에서 장식성이 뛰어나 우리나라의 전통공예, 특히 목공예 가운데에서도 매우 특색이 있는 공예입니다. 또 화각공예는 나전칠기(螺鈿漆器)와 쌍벽을 이루는 고유의 전통 왕실공예일 뿐 아니라, 동양공예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이한 공예지요. 조선시대에는 관제(官制, 국가의 행정 조직과 권한을 정하는 법규)에 화각공예를 하는 장인 곧 화각장(華角匠)이 있었을 정도로 화각제품이 꽤 사랑받고 있었습니다.

투명도가 높은 쇠뿔을 종잇장처럼 얇게 편 다음 백ㆍ적ㆍ황ㆍ녹ㆍ자ㆍ색 따위의 색으로 무늬를 그리고 그것을 나무로 만든 물건 위에 붙이는 것으로 재료가 귀하고 공정이 매우 까다로운 작업입니다. 따라서 생산이 많지 않았으므로 신분이 높은 귀족층의 기호품이나 애장품에 주로 이용되었지요. 화각공예품으로는 장롱, 사방탁자, 문갑과 같은 가구류와 작은 예물함, 경대, 필통, 화약통, 바느질자, 경상(經床), 반짇고리, 부채, 붓대 따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화각공예의 유품으로 가장 오래 된 것은 신라시대에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보이는 바느질자(針尺)를 비롯하여, 왕실 보물창고 쇼소인(正倉院)에 소장되어 있는 비파(琵琶)의 작은 부분에 화각으로 장식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화각공예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고유의 공예로서, 삼국시대에서 남북국시대(통일신라), 고려, 조선조로 계승되어 지금에 이르기까지 전승되어 왔습니다.

옛 얼레빗 (2012-09-10)



2375. 마음은 산 속에 몸은 조정에 있다는 강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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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세황의 그림 가운데 연꽃을 그린 '향원익청(香遠益淸)’이란 것이 있습니다. 이 그림에서 연꽃 하나는 활짝 핀 모습으로 하나는 봉오리를 오므린 상태로 그려 연꽃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그 뿐만 아니라 백련임에도 흰색 연꽃잎의 끄트머리에 붉은색을 찍어 발라 한껏 운치가 묻어납니다. 더구나 연잎 위에 살포시 앉은 청개구리는 금세라도 연꽃 아래서 퐁당거리는 소리가 들릴 듯 실감나게 합니다.

‘향원익청’을 그린 강세황은 조선 후기 남종화풍을 주도한 사대부 화가입니다. 각 서체에도 능했을 뿐만 아니라 ‘송도기행첩(松都紀行帖)’같이 서양화풍을 받아들인 작품도 남겼습니다. 또한 강세황은 자신의 자화상도 그렸지요. 그 자화상에는 스스로 찬문을 적어넣었는데 ‘마음은 산림에 있지만 이름이 조정에 있다(於以見心山林 而名朝籍)’라고 했습니다.

마음과 이름이 다른 곳에 있다는 게 무슨 뜻일까요? 강세황은 평생 야인으로 살다 61살이 되어서야 영조임금의 배려로 처음 벼슬길에 올랐는데 이후 고속승진 하여 이‘자화상’을 그릴 당시에 종2품 가의대부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그는 남들이 우러러보는 높은 자리에 있음에도 거들먹거리지 않고 야인시절의 마음으로 정치에 임했던 것입니다. 권력을 쥐면 몸과 마음이 모두 권력욕에 사로잡히고 마는 오늘날의 정치인들과는 사뭇 대조적인 삶을 산 강세황의 '마음은 산림에 있지만 몸은 조정에 있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새겨볼 말입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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