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만 하더라도 술자리는 막걸리가 주류였습니다. 이 막걸리는 ‘막(마구) 거른 술’ 또는 ‘바로 막 거른 술’ 이라는 뜻입니다. 배꽃이 필 때 누룩을 만든다 하여 ‘이화주(梨花酒)’, 술 빛깔이 탁하다하여 ‘탁배기’, 술 빛깔이 하얗다 하여 ‘백주’, 농사 때 마시는 술이라 하여 ‘농주’라 했는데, 지방에 따라서는 탁배기, 탁주배기, 탁쭈라 불렀고, 젓내기술, 흐린 술이라고 하는 곳도 있었지요. 특히 커다란 사발에 가득 부어 마시던 막걸리를 왕대포라 했는데 시골 장날이면 ‘왕대포’ 간판이 쓰여 있는 선술집은 늘 북적거렸지요.
선술집 주인이 커다란 왕사발에 가득 담아내와 왕대포로 불리던 막걸리는 손가락으로 저어가며 그저 김치 한 조각을 안주로 마시곤 했습니다. 천상병 시인이 막걸리를 “밥”이라 했듯 밥 대신 마시는 사람이 많았고, 막걸리를 마시다보면 어느새 허기는 사라지고 얼큰하게 취기가 돌았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한도 잊고 배고픔도 잊었으며, 일의 고됨도 덜어냈지요.
막걸리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전체 술 소비량의 80%를 차지했습니다. 그렇게 모든 술의 우두머리였던 막걸리는 1960년대 중반 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쌀 대신 밀가루를 주원료로 쓰게 하고, 카바이드를 넣어 강제 숙성시킨 싸구려 막걸리가 유통되자 소비는 급격히 줄어들고 그 자리를 맥주와 소주가 차지했지요. 2008년 술 소비량을 보면 맥주(60.7%), 소주(29.6%)에 견주어 막걸리는 5.6%에 불과해 “아! 옛날이여!”가 되었습니다. 요즘 다시 막걸리가 관심을 끌고 있지만 예전 왕대포 시절의 영광은 되찾기 어려울 듯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