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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우리 새말] ‘제로 코로나’에서 ‘고강도 방역’으로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올바른 말과 거의 올바른 말의 차이는 번갯불과 반딧불의 차이만큼 크다”고 했다. 어떤 현상이나 사물을 표현하려 할 때 정확한 말을 찾아내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일 것이다. 2022년 프로야구단 삼성 라이온즈에서 롯데 자이언츠로 옮긴 이학주 선수에 관한 기사에서 ‘워크에식 논란’이라는 말을 접했다. 생소했다. 검색해 보니 영어 단어 ‘work ethic’으로 ‘노동관, (윤리관으로서) 근면’이라는 뜻이었다. 그냥 ‘선수로서의 성실 논란’ 또는 ‘직업의식 부재’ 등의 말을 사용해도 될 텐데, 왜 굳이 ‘워크에식’이라는 표현을 썼는지 의문이 들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정보기술(IT) 시대에 들어서면서 외국어로 된 새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리말로 대체하기 어려운 용어도..

[알기 쉬운 우리 새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디지털 태생'

“모태 디지털 세대.” 이 용어가 올라오자 새말 모임 위원들 사이에서 웃음이 일었다. 모태라면 흔히 ‘모솔’이라는 줄임말로 불리는 ‘모태 솔로’의 그 모태겠지? 새말 모임 위원들도 모태라는 말을 듣자마자 ‘모솔’이라는 단어를 떠올렸고, 그래서 웃음이 퍼진 것이다. 하지만 ‘모태 디지털’이라는 표현을 제안한 위원은 진지하게 덧붙였다. “모태 ○○라는 표현은 비속어가 아닙니다. ‘모태 신앙’이라는 용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태어나기 전부터 습득하고 있다, 그만큼 익숙하다’는 뜻이지요.” 눈치를 챘겠지만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용어를 대체할 다듬은 말을 찾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미 디지털 기술 문화가 보편화한 사회에서 태어나 자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들 기술문화를 터득하고 이용하는 세대를 일컫는 말..

리터러시가 정말 필요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낸 신랄하면서 처연한 계급 우화.”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쓴 영화 의 한 줄 평이다. 그리고 ‘명징’과 ‘직조’라는 단어를 두고 인터넷이 난리가 났다. 크게 두 입장으로 나뉘었다. 굳이 이렇게 어렵고 현학적인 단어를 써야 하느냐는 비판과, 이 정도 단어도 모른다니 충격이라는 반응이 서로 부딪혔다. 내 느낌은 후자에 가까웠다. 특히 두 단어를 처음 들어봤다는 젊은이들이 많아서 놀랐다. 어느덧 나도 ‘꼰대’가 된 것이다. 어느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이동진 평론가는 “하나의 사물을 나타내는 데 적합한 말은 한 가지밖에 없다.”라는 말까지 인용하면서, 명징과 직조라는 단어를 바꿀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쉬운 말을 써야 한다는 쪽과 정확한 말을 써야 한다는 쪽 사이 인식의 틈을 메..

와이셔츠, 니스란 말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우리가 평소 입고 다니는 ‘와이셔츠’라는 명칭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영어 Y 자 모양이라서 그렇지 않겠냐는 대답이 돌아오곤 한다. 하지만 그것도 확신을 하고서 하는 대답이 아니다. 정답은 일본식 영어와 관련이 있다. 일본에서 영어 white shirt의 앞 글자 white를 ‘와이’로 읽어 ‘와이셔츠’라는 이름이 만들어졌고 이 말이 그대로 한국에 들어왔다. 아마 열에 아홉 명은 ‘와이셔츠’에 얽힌 이러한 곡절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너무나 어이가 없는 명칭이다. 우리가 마룻바닥 등에 광택을 내기 위해 칠하는 ‘니스’라는 명칭 역시 마찬가지다. varnish라는 영어의 앞과 뒤를 모두 떼어내고 중간 발음만 내서 ‘니스’라는 명칭이 생겨난 것이다. 일본이 자기들 멋대로 만들어낸 일본식 영어다. 일본인들은 ..

플랫폼, 연결망 시대의 연결터 또는 이음터

인터넷이 공기가 되어버린 시대에 갑작스러운 접속의 끊김은 사람들에게 대혼란을 안겨 준다. 특히 코로나 대유행으로 비대면 수업을 듣고 비대면 시험을 보아야 하는 시대에, 접속 불량이나 접속 끊김은 학생들의 새로운 불안 거리가 되었다. 시험을 보다가 갑자기 인터넷이 먹통 되면 당혹스러움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물론 불안은 학생들만의 몫이 아니다. 인터넷 연결망(network)을 통해 각종 정보를 주고받아야 작업을 하거나 영업을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도 불안 거리이긴 마찬가지이다. 갑자기 공기가 사라져 숨을 쉴 수 없게 된 것처럼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대부분 사람이 휴대전화 단말기로 접속하는 인터넷 환경을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가는 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서로 연결될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