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미 6

소 타는 것이 이리 즐거울 줄이야 – 양팽손, 「우음」

소 타는 것이 이리 즐거울 줄이야 – 양팽손, 「우음」 소 타는 것이 이리 즐거울 줄은 몰랐는데 不識騎牛好 나 다닐 말이 없는 까닭에 이제야 알았네 今因無馬知 해거름 저녁 무렵 풀 향기 가득한 들길 夕陽芳草路 나른한 봄날 저무는 해도 함께 느릿느릿 春日共遲遲 조선 중기의 문신 학포(學圃) 양팽손(梁彭孫)이 지은 「우음(偶吟, 그냥 한번 읊어보다)」이라는 한시입니다. 관직에서 물러나 낙향한 뒤 유유자적한 모습을 묘사한 전원시지요. 저 멀리 마을에서는 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땅거미를 타고 풀 향기가 솔솔 올라오는 들길을 소를 타고 가로지르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신선도 같은 느낌을 줍니다. 양팽손은 조광조(趙光祖) 등과 함께 1510년 생원시에 합격했습니다. 1519년 교리(校理) 자리에 있을..

[노래에서 길을 찾다]23-나의 사랑 그대 곁으로

오늘 들려 드릴 노래는 '나의 사랑 그대 곁으로'입니다. 이 노래는 4316해(1983년)에 나왔으며 김승현 님의 노랫말에 김승덕 님이 가락을 붙여 남궁옥분 님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떠나간 사랑을 그리워 하는 마음이 잘 나타나 있으며 남궁옥분 님의 고운 목소리와 어우러져 오래된 노래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노래입니다. 노랫말이 '한없는', '환상', '시절'을 빼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는데 무엇보다 '벗', '그리움', '땅거미', '노을'과 같은 토박이말이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한없는'은 '끝없는'으로, '환상'은 '생각'으로, '시절'은 '때로' 바꿔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흘러 가는 하얀 구름을 벗을 삼아 끝없는 그리움을 지우겠다는 말과 마음 깊은 곳에 꺼지지 않는 불꽃을 피우겠다..

소리와 형태가 다른 말들

대선 투표일을 코앞에 두고 각 후보들마다 표심을 얻기 위해 무척 애쓰고 있다. 이처럼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서 몹시 애를 쓸 때 “[안깐힘]을 쓴다.”라 하기도 하고 “[안간힘]을 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글자로 적을 때 어떤 것이 맞는지 헷갈리게 된다. 이 말은 ‘안간힘’으로 적는 것이 표준말이며, 말할 때는 [안깐힘]으로 발음해야 한다. “[대까]를 바란다.”, “[시까]가 얼마입니까?” 하는 말들을 글자로는 ‘대가’, ‘시가’라고 쓰지만, 말할 때에는 [대까], [시까]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가 하면, [안스럽다]와 [안쓰럽다]도 글자로 적을 때와 발음할 때 자주 틀리는 경우다. 이 말은 자기보다 약한 사람이 괴로운 처지에 있어서 보기에 딱하고 안타깝다는 뜻이다. 앞의 [안깐..

(얼레빗 3930호) 낙엽 지는 가을, 땅거미 보고 시름에 잠기다

한국문화편지 3930호 (2018년 10월 19일 발행) 낙엽 지는 가을, 땅거미 보고 시름에 잠기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930][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滿月臺前落木秋(만월대전락목추) 만월대 앞 낙엽 지는 가을에 西風殘照使人愁(서풍잔조사인수) 서풍에 남은 땅거미 시름에 잠기게 하네 山河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