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천야록 7

매국노 상전을 꾸짖은 여종

매국노 상전을 꾸짖은 여종 “이근택아, 너는 대신이 되어 나라의 은혜를 크게 입었는데 나라가 위태로운데도 목숨을 던져 나라를 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 도리어 죽음을 면했다고 자랑하느냐? 너는 참으로 개만도 못한 놈이다. 내가 비록 천한 사람이지만 어찌 개의 종이 될 수 있겠느냐? 내 힘이 약해서 너를 두 동강이로 베지 못하는 것이 한스럽다. 나는 다시 옛 주인에게 돌아가겠다.” 조선 말기 나라를 팔아먹는 데 앞장섰던 을사오적의 하나인 이근택(李根澤, 1865~1919년)의 여종이 이근택을 크게 꾸짖으면서 한 말입니다. 이 여종은 을사늑약에 끝까지 반대하다 파면된 한규설의 종이었는데, 한규설의 딸이 이근택의 아들과 혼인할 때 따라간 교전비(轎前婢)였지요. 이근택이 을사늑약이 체결된 뒤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

임금도 돈을 빌렸다, 이덕유와 어음

임금도 돈을 빌렸다, 이덕유와 어음 어음은 일정한 돈을 일정한 날짜에 치르기로 약속하는 유가증권입니다. 그 어음과 관련된 이야기가 황현(黃玹)이 쓴 역사책 『매천야록(梅泉野錄)』에 있습니다. 이덕유는 서울의 중인이다. 나라에서 으뜸가는 부자로 민영준과 견주어도 더 앞선다. 젊었을 때 북경으로 들어가다가 요동에서 한 죄수를 보았다. 돈 천금만 있으면 모면할 수 있다고 하기에 이덕유가 전대를 풀어 그에게 주었다. 이후 이덕유가 다시 중국에 갔을 때, 돈을 주었던 죄수가 그 돈을 갚으려고 기다렸다가 오지 않자 그 돈을 불려 밭을 사고 큰 농장을 만들어 소작료로 만석을 받는 재산을 만들어 놓았다며 바쳤지요. 이덕유는 불쌍한 이에게 덕을 베풀고 그 덕은 다시 큰 재산이 되어 돌아온 것입니다. 그 뒤 이덕유는 집에..

(얼레빗 4241호) 새해는 글 아는 사람 노릇 할 수 있었으면

“오늘이 바로 섣달 그믐날 저녁이니, 자연히 감개가 무량합니다. 저는 바야흐로 추위를 참느라 신음을 토하면서 혼자 앉아 매우 무료하게 보내고 있었는데, 홀연히 인편을 통해 형이 보낸 편지를 받게 되니, 두 눈이 갑자기 확 뜨이면서 너무나 반가웠습니다.(가운데 줄임) 보내 주신 시..

(얼레빗 4167호) 문호 개방하고 사치품을 들여오다니

海禁開時國已愚(해금개시국이우) 바다 금지를 풀었을 때 나라 이미 어리석었으니 空聞關稅較錙銖(공문관세교치수) 부질없이 관세를 약간 붙인다고 들었네 漆箱磁盌知安用(칠상자완지안용) 옻 상자와 자기 사발을 어디에 쓸 것인지? 擲盡東南萬斛珠(척진동남만곡주) 동남쪽으로 만곡의 ..

(얼레빗 4159호) 채용신이 그린 항일의병장 <최익현상>

채용신(蔡龍臣, 1850-1941)은 조선시대 마지막 초상화가로 많은 사람의 초상화를 그렸습니다. 지금 남아 전하는 채용신의 초상화 가운데 가장 많은 작품은 사대부상과 유학자상입니다. 특히 채용신이 을사늑약으로 군수직을 그만두고 낙향한 뒤로는 74살의 고령으로 의병을 일으킨 항일의..

(얼레빗 4074호) 황현 선생의 《매천야록》, 문화재 됐다

한국문화편지 4074호 (2019년 05월 09일 발행) 황현 선생의 《매천야록》, 문화재 됐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074][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문화재청은 지난 7일 《매천 황현 매천야록(梅泉野錄)》을 문화재로 등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매천 황현 선생은 시인이자 역사학자이며, 독립운동..

12월 27일 - 돌을 삶아 만든다는 이것은 무엇일까요?

황현이 쓴 ≪매천야록(梅泉野錄)≫에 보면 석유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석유는 영국과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생산되는데, 어떤 사람은 바다 가운데서 꺼낸다 하고 어떤 사람은 석탄에서 빼낸다 하며 어떤 사람은 돌을 삶아서 걸러낸다고 하는 등 설이 다양하나 천연자원임은 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