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임당 8

(얼레빗 제4746호) 황진이, 얼레빗을 하늘에 걸어두었다네

誰斷崑山玉 그 누가 곤륜산의 옥을 잘라서 裁成織女梳 직녀의 얼레빗을 만들어주었던고 牽牛離別後 견우님 떠나신 뒤에 오지를 않아 愁擲壁空虛 수심이 깊어 푸른 하늘에 걸어 놓았네 ▲ 황진이는 임을 그리다 얼레빗을 하늘에 걸어두었다.(그림 이무성 작가) 황진이가 지은 영반월(詠半月, 반달을 노래함)이란 한시입니다. 이제 완연한 가을입니다. 황진이는 하늘에 걸린 반달을 보고 직녀가 견우를 기다리다 지쳐 얼레빗을 하늘에 걸어놓았다고 합니다. 얼마나 기다림이 사무치던지 얼레빗을 하늘에 걸어 견우에게 손짓합니다. 그런가 하면 황진이, 신사임당과 더불어 조선 3대 여류 시인으로 꼽히는 강정일당(姜靜一堂)도 가을을 노래합니다. “어느덧 나무마다 가을빛인데(萬木迎秋氣) / 석양에 어지러운 매미 소리들(蟬聲亂夕陽) / 제철이..

여종 신분으로 한시 166수를 남기다 – 설죽, 「낭군거후」

여종 신분으로 한시 166수를 남기다 – 설죽, 「낭군거후」 낭군님 떠난 뒤에 소식마저 끊겼는데 郎君去後音塵絶 봄날 청루에서 홀로 잠들어요 獨宿靑樓芳草節 촛불 꺼진 창가에서 끝없이 눈물을 흘리는 밤 燭盡紗窓無限啼 두견새 울고 배꽃도 떨어지네요 杜鵑叫落梨花月 조선시대 천한 신분의 여종 설죽(雪竹)이 남긴 「낭군거후(郎君去後)」라는 한시입니다. 선비들이 설죽의 실력을 알아보려고 ‘만일 자신의 낭군이 죽었다고 치고 시를 한 수 지어 보라’는 말에 지은 시라고 전해집니다. 한다하던 선비들이 모두 설죽의 시를 듣고 감탄했다는 후일담이 있을 만큼, 설죽은 명시를 지어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지요. 이렇게 설죽이 지은 시는 조신 중기의 시인 권상원(權尙遠) 시집 『백운자시고(白雲子詩稿)』 끝 부분에 모두 166수..

얼레빗을 하늘에 걸어 – 황진이, 「영반월」

얼레빗을 하늘에 걸어 – 황진이, 「영반월」 그 누가 곤륜산의 옥을 잘라서 誰斷崑山玉 직녀의 얼레빗을 만들어 주었던고 裁成織女梳 견우님 떠나신 뒤에 오지를 않아 牽牛離別後 수심이 깊어 푸른 하늘에 걸어 놓았네 愁擲壁空虛 황진이가 지은 「영반월(詠半月, 반달을 노래함)」이라는 한시입니다. 하늘에 걸린 반달을 보고 직녀가 견우를 기다리다 지쳐 얼레빗을 하늘에 걸어놓았다고 하네요. 황진이, 신사임당과 더불어 조선 3대 여류시인으로 꼽히는 강정일당(姜靜一堂)도 가을을 노래합니다. 어느덧 나무마다 가을빛인데 萬木迎秋氣 석양에 어지러운 매미 소리들 蟬聲亂夕陽 제철이 다하는 게 슬퍼서인가 沈吟感物性 쓸쓸한 숲속을 혼자 헤맸네 林下獨彷徨 이 한시는 강정일당의 「청추선(聽秋蟬, 가을 매미 소리)」입니다. 황진이는 임을 ..

신사임당 딸이 그린 <매창매화도>

희뿌연 매화꽃은 더욱 빛나고 小白梅逾耿소백매유경 새파란 대나무는 한결 고와라 深靑竹更姸심청죽갱연 난간에서 차마 내려가지 못하나니 憑欄未忍下빙난미인하 둥근 달 떠오르기 기다리려 함이네 爲待月華圓위대월화원 선조 때 여류시인 이옥봉의 「등루登樓」입니다. 매화는 예부터 우리 겨레가 사랑해온 꽃입니다. 매화를 사랑한 여성으로 신사임당의 딸인 이매창이 있는데, 그녀는 어머니의 재능을 이어받아 뛰어난 매화 그림을 그렸지요. 강릉 오죽헌 율곡기념관에는 강원도유형문화재 제12호로 지정된 이매창의 ‘매화도’가 전해옵니다. 로 불리는 이 그림은 가로 26.5㎝, 세로 30㎝의 종이에 그린 묵화입니다. 굵은 가지와 잔가지가 한데 어우러져 은은한 달빛 아래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는 매화를 실제로 보는 듯하며, 깔끔한 분위기가 ..

(얼레빗 4609호) 선조 임금 피난길 불쏘시개가 된 화석정

林亭秋己晩(임정추기만) 숲 속 정자엔 가을이 이미 깊이 드니 騷客意無窮(소객의무궁) 시인의 시상(詩想)이 끝이 없구나 遠水連天碧(원수연천벽) 멀리 보이는 물은 하늘에 잇닿아 푸르고 霜楓向日紅(상풍향일홍) 서리맞은 단풍은 햇볕을 향해 붉구나 山吐孤輪月(산토고륜월) 산 위에는 둥근 달이 떠오르고 江含萬里風(강함만리풍) 강은 만리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머금었네 塞鴻何處去(새홍하처거) 변방의 기러기는 어느 곳으로 날아가는고 聲斷暮雲中(성단모운중​) 울고 가는 소리 저녁 구름 속으로 사라지네 ​ 위 시는 경기도 파주 화석정에 걸린 것으로 율곡 이이가 8살 때 지었다는 입니다. 화석정은 임진강가 벼랑 위에 자리 잡은 경치가 빼어난 곳이지만 최근에 이 앞쪽으로 새로이 길이 생겨 예전의 절경은 구경할 수 없습니다. 이러..

10월 30일 - 율곡의 <성학집요>는 무엇에 관한 책일까요

이이(李珥, 호는 율곡 1536~1584)는 어머니가 사임당 신 씨이며, 호조·이조·형조·병조판서를 지낸 조선 중기의 학자이자 정치가입니다. 선조에게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시무육조를 지어 바치고, 왜적에 침입을 대비하도록 십만양병설(十萬養兵說) 등 개혁안을 주장했고, 동인·서..

10월 25일 - 조선후기 여류문인 강정일당을 소개합니다

"사람이 배우지 않으면 사람 노릇을 할 수 없고, 의리를 버리고 돈벌이만 하는 것은 가난을 참고 배우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 하오니, 바느질과 길쌈은 대강 할 줄 아는 제가 하루 세끼는 잡수시게 할 것이온즉슨, 마땅히 아침저녁으로 성현의 글을 읽으시고 살림엔 괘념치 마옵소서" 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