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봉탕 7

(얼레빗 제4838호) 대서, 신선이 바람 한 줄기 보내주네

쇠를 녹일 무더위에 땀이 마르지 않으니 가슴 헤치고 맨머리로 소나무 난간에 앉았노라 옥경의 신선 벗이 나를 지성스레 생각해 주어 맑은 바람 한 줄기를 나누어 보내주었구려 무더위가 쇠를 녹인다는 말은 한여름 더위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위는 1940년에 펴낸 옥담 김위원(金偉洹)의 시문집 《옥담고(玉淡稿)》에 나오는 한시 ‘부채선물에 화답’입니다. 오늘은 24절기의 열두 번째로 오는 “대서(大暑)”입니다. 사무실 안에서야 에어컨이나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겠지만 들판에서 일을 하는 농부들이나 밖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대서와 같은 한여름은 견디기 어려운 절기입니다. 더울수록 혀끝에서는 찬 것이 당기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운 음식으로 몸을 보양해온 게 옛사람들의 슬기로움입니다. ▲ 무더운 여름날, ‘이열치열’..

(얼레빗 4647호) 오늘은 대서, 더위로 염소뿔 녹는다

“지상엔 온통 더위 천지 광한전(달나라에 있다는 궁전) 월궁으로 달아날 재주 없으니 설악산 폭포 생각나고 풍혈 있는 빙산이 그리워라” 이는 조선 전기 문신 서거정이 시문을 모아 펴낸 《동문선(東文選)》이란 책에 나오는 시입니다. 온통 더위 천지에 설악산 폭포와 풍혈(늘 시원한 바람이 불어 나오는 바위틈)이 있는 빙산이 그립다고 노래합니다. 이제 무더위가 절정에 올라 어제는 중복(中伏)이었고, 오늘은 24절기의 열두째 대서(大暑)입니다. 이때는 무더위가 가장 심해서 "더위로 염소뿔이 녹는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지요. ▲ 선비들, 솔바람 소리 들으며, 책을 읽는 것으로 더위를 물리쳤다.(그림 이무성 작가) 그런데 조선시대 선비들은 한여름 지금보다 훨씬 더 무더위와 힘겹게 싸웠습니다. 함부로 의관을 벗어던질..

(얼레빗 4390) 모레는 중복, ‘복달임’으로 더위를 극복하자

모레 일요일은 중복(中伏)입니다. 다행히 요즘에는 장맛비가 자주와 뉴스에 불볕더위 얘기는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불볕더위가 오는 중복 때 우리 겨레는 ‘더위사냥’을 했는데 그 ‘더위사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지금이야 선풍기는 물론 에어컨까지 동원해서 비교적 시원한 환경 속에서 살지만, 예전 사람들은 더위가 심해지면 ‘이열치열’로 ‘더위사냥’을 했습니다. 이열치열에는 음식으로 하는 이열치열과 일을 함으로써 다스리는 이열치열이 있지요. 먼저 음식으로 하는 이열치열은 뜨거운 삼계탕, 보신탕, 추어탕, 용봉탕(용 대신 잉어나 자라를 쓰고 봉황 대신 묶은 닭을 써서 만든 탕) 따위로 몸을 데워주어 여름 타는 증세를 예방해 줍니다. 그리고 일로 하는 이열치열은 양반도 팔을 걷어붙이고 김매기를 도왔다고 하지..

(얼레빗 4384호) 오늘은 더위를 꺾는 날, 초복(初伏)

오늘은 복더위가 시작된다는 초복입니다. 삼복은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에 들어 있는데 하지 뒤 셋째 경일을 초복, 넷째 경일을 중복, 입추 뒤 첫 경일을 말복이라 하여, 이를 삼경일 또는 삼복이라 합니다. 우리 조상은 해(년), 달(월), 날(일)에 모두 지지(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와 천간(자축인묘진사오미)을 조합하여 갑자ㆍ을축ㆍ병인 등으로 이름을 지었는데 '경일'이란 지지의 '경' 자가 들어간 날을 가리키지요. 복날은 열흘 간격으로 오기 때문에 초복과 말복까지는 20일이 걸리는데 해에 따라서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간격이 되기도 하며, 이를 월복이라고 합니다. ▲ 이수광의 《지봉유설》 - 왼쪽, 최남선의 《조선상식》 1614년(광해군 6년)에 이수광이 펴낸 한국 최초의 백과사전 《지봉유설》에 보면 복..

(얼레빗 4381호) 얼음을 띄워 먹는 여름철 별미음식 원미죽

여름이 되면 사람들은 더위에 지칩니다. 그래서 여름을 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내는데 냇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濯足)’이나 복날에 고기로 국을 끓여 먹는 ‘복달임’이 그 대표적인 풍습입니다. 특히 여름철 보양음식이나 별미는 더위를 물리치는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였는데 그 별미음식에는 ‘원미죽(元味粥)’이란 것도 있습니다. ▲ 여름철 별미음식 ‘장국원미죽’, 국제요리제과전문학교 홍미숙 교수 제공 조선 말기에 펴낸 글쓴이를 모르는 요리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 이 ‘장국원미죽’과 ‘소주원미죽’이 나옵니다. 장국원미죽은 먼저 맷돌에서 쌀알이 반씩 갈라질 정도로 간 다음 체에 쳐둡니다. 이렇게 만든 싸라기에 곱게 다진 쇠고기와 표고버섯, 석이버섯, 느타리버섯, 파 등을 넣고 만들지요. 또 소주원미죽은 ..

(얼레빗 4127호) 오늘은 대서, 무더위ㆍ된더위는 다른 말

한국문화편지 4127호 (2019년 07월 23일 발행) 오늘은 대서, 무더위ㆍ된더위는 다른 말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127][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의 열두째 “대서(大暑)”입니다. 대서라는 말은 ‘큰더위’를 뜻하고 있는데 한해 가운데 가장 더운 때로 속담에서는 "염소뿔이 녹는..

7월 1일 - 7월 무더위를 보양식으로 이겨내십시오

조선 시대 임금들은 정력보강을 위한 음식으로 무엇을 좋아했을까요? 그것은 바로 검은콩, 검은깨, 오골계(烏骨鷄), 흑염소에다 검정소 따위의 온통 ‘검은색 음식’이었습니다. 연산군의 정력제 목록에 들어 있는 용봉탕(龍鳳湯)에도 오골계가 쓰였고, 장희빈에 푹 빠졌던 숙종도 오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