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 199

[토박이말 살리기]1-62 된물

어제는 아침부터 구름이 해를 가려 주어서 더위가 좀 덜했습니다. 하지만 한낮이 지나서는 바람이 불어도 시원한 바람이 아니었답니다. 소나기가 오는 곳도 있을 거라고 했지만 제가 있는 곳에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지요. 배때끝(학기말) 일거리가 하나씩 줄어 드는 것을 보니 여름 말미가 되어 가는가 봅니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된물'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빨래나 설거지를 하여 더럽혀진 물'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지만 보기월은 안 보입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빨래나 설거지 따위를 해서 더러워진 물'이라고 풀이를 하고 "이 물은 된물이나 쓰지 말고 버리도록 해라."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두 가지 풀이를 견주어 보니 저는 뒤의 풀이가 더 마음에 듭니다. 왜냐하면 빨래나 설거지 말고도 다른..

육당 최남선과 언행일치

우리나라 근대사는 일제강점기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그 시절을 풍미했던 사람 중에 육당 최남선이 있습니다. 그는 천재적인 언론인, 시인, 역사가로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지요. 《소년》이란 잡지를 창건하고 독립선언서를 집필한 민족대표 33인 중의 하나였고 청년 시절 민족혼을 드높이고자 무던히 노력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만년에 일제에 협조하면서 친일 행적을 남기게 됩니다. 조선사편수회에 참여하여 일제가 조선의 역사를 왜곡할 때 일조를 했던 사람이고 조선 유학생을 학병으로 나가게 하려고 강연을 하였는가 하면 일제의 침략 정책에 앞장서 온 변절자로 역사에 남아있습니다. 당연히 친일은 청산되어야 하고 독립운동가는 대우받아야 합니다. 그것이 역사의 준엄한 판단이지요. 수많은 사람이 일제에 협조하고 앞잡이..

[노래에서 길을 찾다]14-여우비

오란비는 끝이 났는지 무더위가 사람을 힘들게 합니다. 빛무리 한아홉(코로나 19)까지 더해 여러 모로 어려움이 많은 요즘입니다. 곧 입마개를 벗고 나날살이(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했었는데 이제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 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오늘 들려 드릴 노래는 '여우비'입니다. 노래 이름인 '여우비'는 '볕이 나 있는 날 아주 짧게 오다가 그치는 비'를 가리키는 토박이말입니다.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어서 이런 비라도 내리면 불같은 햇볕에 데워진 땅이 좀 식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 노래는 '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라는 극의 벼름소노래(주제곡)로 지(G). 고릴라 님이 노랫말을 짓고 가락을 붙여 이선희 님이 불렀습니다. 노랫말을 살펴보면 '심장' '당신', '한심스럽고',..

[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26-하면 할수록...

사랑하는 아들, 딸에게 어제는 참 더웠지? 낮밥을 먹고 밖에 나갈 일이 있어서 수레에 탔는데 숨이 턱 막히더구나. 얼른 찬바람을 틀었지만 시원해질 때까지 오래 기다려야했지. 더위를 식히려고 틀어 대는 찬바람틀(에어컨)에서 나오는 따뜻한 바람이 숨씨(공기)를 얼마나 더 데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게 없을 때는 어떻게 살았을까 싶으니 찬바람틀이 있다는 게 참 고마웠지. 오늘 들려 줄 좋은 말씀은 "하면 할수록 더 할 수 있다."야. 이 말씀은 영국의 수필가 윌리엄 헤즐럿 님이 하신 말씀인데 흔히 말하는 '하면 된다'와 이어지는 말이라고 생각해. 우리가 무슨 일이든 하지 않으면 안 할수록 더 못하게 된다는 것은 겪어 봐서 알 거야. 줄넘기를 처음 배울 때를 떠올려 보렴. 한 셈을 넘기는 것도 힘들었..

[토박이말 살리기]1-61 되숭대숭하다

여러 날 동안 오락가락하던 비가 그치고 나니 그야말로 무더위가 참맛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무더위'는 왜 '무더위'라고 할까? 물었더니 어떤 사람이 "무지 더워서 무더위라고 한다."며 마치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을 하더군요. 그래서 그렇게 말장난 삼아 풀이를 할 수도 있겠지만 '무더위'는 '물+더위'로 여러 날 비가 이어져서 '물기를 잔뜩 머금어서 찌는 듯이 견디기 어려운 오늘 같은 더위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풀이를 해 주었답니다. 날씨가 이렇게 무더우면 서로 고운 말을 주고받을 수 없을 때가 많기 때문에 더욱 말을 삼가는 게 좋겠습니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되숭대숭하다'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말을 종작없이 지껄이다.'로 풀이를 하고 있고 보기월은 없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토박이말 살리기]1-60 돼지떡

더위와 함께 빛무리 한아홉(코로나 19)이 누꿈해지는가 싶었는데 그런 제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갑자기 걸린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서울은 말할 것도 없고 제가 살고 있는 고장에도 여러 사람이 걸렸다는 기별이 들리고 저희 집과 가까운 곳에서도 걸린 사람이 나왔다는 기별을 듣고 걱정이 커졌습니다. 드물게 지내기(사회적 거리 두기)도 낮아져 모이는 사람들이 좀 많아졌다 싶었는데 그와 함께 이런 일이 일어나니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돼지떡'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무엇인지 모를 물건들이 이것저것 범벅이 되어 지저분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무엇인지 모를 물건들이 이것저것 마구 뒤섞여 지저분함을 비유적으..

[토박이말 찾기 놀이]1-11

지난 두날(화요일)은 고운빛꽃배곳 충무공초등학교 토박이말바라기 푸름이들이 토박이말 살리기 널알리기(캠페인)를 했습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이었지만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 나와 손수 마련한 알림판을 들고 있는 것을 보며 다른 분들도 참 대견하다는 생각을 했을 거라 믿습니다. 지난 삿날(수요일)은 진주교육지원청에서 도와 꾸리는 토박이말 뜸(학급)과 동아리를 맡은 갈침이(선생님)들과 함께 토박이말 갈배움 힘 기르기 모임을 했습니다. 그 자리에 오신 분들도 여러 가지 서로 다른 까닭이 있긴 하지만 남들은 하지 않는 토박이말을 가지고 이런저런 새로운 수를 찾고 있는 남다른 분들이었습니다. 어제는 고운빛꽃배곳 토박이말바라기 갈침이 모임을 했습니다. 그 자리에 오신 분들도 다른 일이 바쁜 가운데 토박이말과 아랑곳한 이..

[토박이말 살리기]-7월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

해마다 이맘때면 여러 날 동안 비가 오래도록 오는 오란비, 장마철인데 올해는 좀 늦게 왔습니다. 오란비가 비롯되면 그야말로 무더위의 참맛을 제대로 느끼게 될 것입니다. 비가 잦으면 비설거지를 할 일도 잦기 마련이지요. 옛날과 견주어 볼 때 치우고 덮을 게 많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이제 그야말로 온 누리가 더위 누리가 되는 더위달, 7월입니다. 더운 만큼 시원한 물과 바람을 절로 찾게 되는 달이기도 하지요. 이렛날이 ‘좀더위’이고, 스무 이튿날이 ‘한더위’인 것만 보아도 어떤 달인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달끝에는 여름 말미를 얻어 바다로 골짜기로 시원함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일 것입니다. 집을 빌려 가는 사람도 많지만 들살이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아예 한뎃잠을 자는 사람을 더러 보..

[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25-기다림은...

여느 해보다 늦게 우리들 곁으로 온 오란비(장마)가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구나. 나라 곳곳에 많은 비가 내려 큰물이 지고 논밭이 물에 잠기기도 하고 메무너짐(산사태)으로 집이 묻히거나 부서진 곳도 있다고 들었는데 목숨을 잃는 사람은 없기를 우리 함께 빌자. 오늘 들려 줄 좋은 말씀은 "기다림은 더 많은 것을 견디게 하고 더 먼 것을 보게 하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눈을 갖게 한다."야. 이 말씀은 살림갈깨침이(경제학자)이자 지음이(작가)이신 신영복 님께서 하신 말씀이라고 하는구나. 이 말씀을 얼른 겉으로만 보더라도 뭔가 기다리는 것이 있으면 좀 더 멀리 보게 되고 좀 힘들어도 더 오래 참을 수 있게 된다는 말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 싶구나. 그 기다림이라는 것이 오랫동안 바라던 것이라..

[토박이말 살리기]1-59 돌니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돌니'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자갈이나 돌이 많은 길에 이빨처럼 뾰족하게 나온 돌 조각'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자갈이나 돌이 많은 길에 이가 난 것처럼 뾰족하게 나온 돌조각'이라고 풀이를 하고 "선예는 길을 걷다가 돌니에 발을 차였다."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두 가지 풀이를 견주어 보면 다른 것은 같은데 앞의 것이 '이빨처럼'이라고 했는데 뒤의 것은 '이가 난 것처럼'이라고 한 것이 다릅니다. 저는 뒤의 풀이가 더 쉽게 느껴져 좋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어릴 때 시골 길을 달리다가 돌니에 걸려 무릎과 손바닥이 까져서 많이 아팠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그처럼 살다 보면 돌니에 걸려서도 넘어져 무릎을 깨기도 합니다. 흔히 자주 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