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 199

(얼레빗 제5019호) 스마트폰 대신 ‘슬기말틀’로 쓰면 어떨까?

조선시대에는 ‘날틀’이란 말이 있었습니다. 일본 역사서인 《왜사기》에도 전라도 김제의 정평구라는 사람이 비거 곧 날틀을 발명하여 진주성 전투에서 썼는데 왜군들이 큰 곤욕을 치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당시 날틀은 지금으로 말하면 무인기라고 생각되는데 포위된 진주성과 외부와의 연락을 담당한 이 ‘날틀’은 마치 해일처럼 밀려오는 10만의 왜적 앞에서 진주성 사람들에게 희망 그것이었을 것이라고 장편역사소설 《진주성전쟁기》를 쓴 박상하 작가는 말합니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뒤 으뜸 한글학자였던 외솔 최현배 선생은 비행기를 “날틀‘이라고 해서 국수주의라고 비판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예전 솜틀, 재봉틀처럼 기계를 ’틀‘이라 했고, 조선시대 이미 ’날틀‘이란 말이 쓰였음을 생각할 때 최현배 선생이 꼭 ..

숭례문 수문군 파수의식 재현에 가볼까?

서울시가 숭례문에서 조선 500년 도읍 한양의 역사성을 체험할 수 있는 도성 ‘파수의식’ 재현행사와, ‘호패놀이’ 등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조선시대의 파수(把守)의식은 도성문을 여닫는 ‘개폐의식’, 지키는 ‘수위의식’, 순찰하는 ‘순라의식’, 수문군 ‘교대의식’ 등으로 구성되어 도성 전체를 수비하는 절차로, 왕궁수위식 못지않게 중요한 군례의식이었다. 특히 3월 15일부터 추가 진행되는 숭례문 개폐의식은 ‘대전통편’ 등 조선시대 사료에 근거해 최초로 재현하는 것으로서, 전문가 자문을 통해 조선시대 군례의식을 완성하는 품격 높은 볼거리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한 달간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숭례문 호패놀이 “남․남․남대문을 열어라” 행사도 주말에 진행한다. 조선시대의 신분증과 같은 호패를 ..

호주인 독립유공자 서훈 이끈 산파역 '황명하' 회장

“2022년 3·1절을 맞아 호주 선교사 출신 벨레 멘지스(Miss Belle Menzies), 마가렛 데이비스(Miss Margaret Davies), 데이지 호킹(Miss Daisy Hocking) 등 세 분의 선교사들이 정부로부터 독립유공자로 포상받게 되어 기쁩니다. 이분들의 독립운동 공적을 입증하기 위해 뛴 시간이 주마등처럼 떠오릅니다.” ▲ 호주인 최초로 독립유공자 훈장을 받은 벨레 멘지스, 마가렛 데이비스, 데이지 호킹 선교사(왼쪽부터), 제공 이는 어제(7일) 황명하 회장(전 광복회 호주지회 회장, 현 광복회 해외 홍보대사, 이하 황명하 회장)과의 전화통화에서 황명하 회장이 일성으로 한 말이다. 황명하 회장의 이야기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호주출신 독립운동가 세 분의 탄생 과정에는 자료 발..

19세기, 한국의 역사와 지리 정보를 담은 《해좌전도海左全圖》

《해좌전도海左全圖》는 185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표적인 목판본 조선전도다. ‘해좌海左’는 중국을 기준으로 바다 동쪽을 가리키는 것으로 조선을 의미한다. 지도의 전체적인 윤곽은 정상기의 〈동국대전도〉와 유사하여 산줄기와 물줄기, 자세한 교통로 등이 그려져 있다. ▲ 《해좌전도海左全圖》 여백에는 백두산, 금강산, 설악산 등 10여 개 명산의 위치와 산수에 대한 간략한 설명, 섬, 백두산정계비, 초량왜관草梁倭館 등에 관한 기록이 실려 있다. 아울러 고조선古朝鮮, 한사군漢四郡, 신라 구주新羅九州, 고려 팔도高麗八道의 고을 수를 좌측상부 여백에 기록하여 우리나라의 현재와 과거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했다. 울릉도 옆에 독도까지 그려져 있어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기도..

밥이 어디서 온 것인지 알게 하소서

사람의 밥이 되어 - 허홍구 오늘 왔다가 오늘 가는 하루살이의 생명도 위대하게 왔으리 길바닥에 떨어져 뒹구는 나무 이파리도 신비롭게 왔다가 가느니 내 작은 한 톨의 쌀로 몸 받아 올 때 하늘과 땅이 있어야 했고 밤낮이 있어야 했고 해와 달 비바람이 있어야 했다 농부의 얼굴을 뙤약볕에 그을리게 했고 애간장을 녹이게 했고 손마디가 굵어지도록 일하게 하고 땀 흘리게 했다 이제 사람의 밥이 되어 나를 바치오니 작은 이 몸이 어떻게 온 것인지를 일깨워 부디 함부로 하지 말게 하소서 ▲ 허홍구 시 , 시화 이무성 작가 24절기 ‘춘분(春分)’이 얼마 전이었다. 춘분은 겨우내 밥을 두 끼만 먹던 것을 세 끼를 먹기 시작하는 때다. 지금이야 대부분 사람이 끼니 걱정을 덜고 살지만, 먹거리가 모자라던 예전엔 아침과 저녁..

(얼레빗 4702호) “리셋의 시간?”, 우리말 짓밟는 언론

한겨레신문 2월 15일 치 신문 1면에는 대문짝만하게 대통령 후보들의 사진을 올려놓고 제목을 “펜데믹 이후 한국사회 ‘리셋의 시간’”이라고 달아 놓았습니다. 그런데 이 제목을 좀 길더라도 ”지구촌 돌림병 대유행 이후 한국사회 ‘재시동의 시간”이라고 하면 안 될까요? 책이건 신문이건 글을 쓰는 바탕은 쉽게 쓰기입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어려운 한자말이나 외래어 또는 외국어를 써서는 안 되겠지요. 이 기사를 쓴 기자는 굳이 ’펜데믹‘, ’리셋‘이라는 말을 써야 유식한 것이라고 착각하는 모양이지만 그건 잘난 체와 다름없습니다. ▲ “펜데믹 이후 한국사회 ‘리셋의 시간’”이라고 제목을 단 기사 심지어 에 들어오는 보도자료들을 보면 기자나 편집자들이 이해하지 못할 어려운 말을 쓰는 곳들이 제법 많습니다. 그래서 나..

새 상설전시 <훈민정음, 천년의 문자 계획>

국립한글박물관(관장 황준석)은 2022년 1월 21일부터 새로운 상설전시 을 연다. 2014년 10월 9일 한글날에 개관한 국립한글박물관은 개관 8년 차를 맞아, 상설전시실을 전면 개편했다. 한글문화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훈민정음》의 서문을 바탕으로 기획한 전시장에서는 한글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문자 자료부터 현대의 한글 자료까지 191건 1,104점의 한글문화 관련 유물을 만나볼 수 있다. 벽면과 바닥면을 동시에 활용한 실감 영상, 인터렉티브북(글자와 그림이 움직이는 책), 투명디스플레이 영상 등 다양한 ICT(정보기술과 통신기술의 총칭) 미디어를 사용해 전시 내용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노후화된 전시장 내 시설 및 로비 공간 전체를 개선함으로써 보다 양질의 전시 관람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민족 가장 큰 명절 설, "집에서 우리 민속 예술 한마당 어떠세요”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과 한국민속예술제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국내 최장수 민속축제 '제62회 한국민속예술제'가 온라인에서 펼쳐진다. 1958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라는 명칭으로 창설된 '한국민속예술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민속축제다. 탈춤, 강강술래 등 180여 개 종목의 국가 및 지방무형문화재 지정, 11개 종목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등 전국에 산재하는 700여 종목의 우리 민속 예술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데 기여해 왔다. 제62회 한국민속예술제는 코로나19 여파로 지역 예선을 실시하지 못해 지난해 참여단체가 대부분 재출전한 가운데, 영상을 촬영해 온라인으로 공개한다. 지금까지 한국민속예술제의 주요 볼거리가 마당에서 민속의 신명을 느끼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현장성이었다면, 온라인 한국민..

오늘은 김지섭 지사가 일왕 왕궁에 폭탄을 투척한 날

“나는 결심과 각오가 있어서 한 일이니까 지금 와서 아무 할 말이 없다. 변호사의 변호도 나는 받지 않을 예정이다” -도쿄 일왕 왕궁에 폭탄을 투척한 뒤 재판에서 한 김지섭 의사의 말- 1924년 1월 5일, 김지섭 의사(1884.7.21. ~ 1928.2.20.)는 일본 도쿄 한복판 일왕이 사는 황거 앞 이중교(二重橋-니쥬바시, 일명 안경다리)에서 왕궁을 향해 수류탄을 힘껏 던졌다. 김지섭 의사는 일제 경찰에 잡혀 투옥되었을 때도 “조선 사람은 조선의 독립을 위하여 최후의 한 사람, 최후의 순간까지 항쟁할 것이다. 사형이 아니면 나를 무죄로 석방하라.”라며 당당히 일제를 꾸짖었다. ▲ 김지섭 지사 경북 안동 풍산읍 오미리에서 태어난 추강(秋岡) 김지섭 의사는 반평생을 민족의 해방을 위한 의열투쟁에 헌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