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 199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입맛 나흘 물알 푸성귀 모이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5-2’의 49쪽부터 50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49쪽 둘째 줄부터 넷째 줄에 걸쳐 ‘그러니 우리는 밥을 잘 씹어 먹고, 반찬을 이것저것 골라서 섞어 먹으며는’이 나옵니다. 이 말은 요즘 ‘편식’을 하지 말라고 하는 말을 쉽게 잘 풀어 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밥은 꼭꼭 잘 씹어서 먹고 건건이는 이것저것 골고루 먹어야 튼튼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여덟째 줄에 ‘뼈와 이를 튼튼하게 해 주는’이 나오는 데 이것도 어려운 말을 쓰고자 했다면 ‘인체의 골격과 치아를 건강하게 해 주는’이라고 했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쉬운 말을 쓴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토박이말 살리기]1-46 더넘이

어제는 또 하나 뜻깊은 배움이 이루어진 날입니다. 고운빛꽃배곳 충무공초등학교 노래를 만드신 가락지음이 염경아 님께서 우리 아이들에게 토박이말을 잘 살린 노랫말 짓는 수를 알려 주러 오셨습니다. 어제까지 모두 세 차례 걸쳐서 배움을 도와 주시고 아이들이 만든 노랫말 가운데 좋은 것을 뽑아 가락을 붙여 주실 것입니다. 새롭게 거둔 노래 열매를 많은 분들께 들려 드릴 날이 기다려집니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더넘이'입니다. 이 말을 말집(사전)에서는 '넘겨 맡은 걱정거리'로 풀이를 하고 있고 줄여서 '더넘'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더넘이'의 보기월은 없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 '더넘'의 보기월로 "자식을 둔 사람은 더넘이 많다."가 있습니다. 우리가 살다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어떤 일을 맡고 ..

[토박이말 찾기 놀이]1-7

이레끝(주말) 비가 내렸습니다. 쉬지 않고 내리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밖에 가서 무엇을 하기에는 알맞지 않은 날씨였지 싶습니다. 비가 오기 앞에는 더워서 찬바람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더위를 식혀주는 비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저는 더위를 부르는 비라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에서 여름에 펴내는 책에 실을 글을 보냈습니다. 철에 맞는 토박이말을 배우고 익힐 수 있는 글이 좋겠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보낸 글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찾기 놀이를 할 수 있는 놀배움감을 덤으로 보냈으니 놀이는 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찾기 놀이 놀배움감을 만들다 보니 토박이말 살리기에서 찾기 놀이도 한 지가 좀 됐다 싶어서 세어 보니 스무날이 넘었더라구요. 그래서 생각난 김에 이렇게 찾기 놀이를 만들..

[노래에서 길을 찾다]9-장미

제가 사는 마을 둘레에 있는 울타리에는 빨간 장미가 예쁘게 피어 있답니다. 마실을 갈 때 불빛을 받아 더욱 반짝이는 꽃잎을 보면 더 예쁘답니다. 이 무렵 이 꽃을 보면서 이 노래를 흥얼거리시는 분이 적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나온지 오래 되었기 때문에 이 노래를 아시는 분은 나이가 드신 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무렵이면 이 노래를 틀어주기도 하니까 들어서 아시는 분도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김미선 님의 노랫말에 백순진 님이 가락을 붙여 사월과 오월이 4312해(1979년) 처음 부른 노래입니다. 노랫말을 살펴보면 '당신,' '장미', '동화', '왕자'를 빼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는 예쁜 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꽃향기'라 하지 않고 '꽃내음'이라는 예쁜 말을 살려 썼으며, '..

[토박이말 살리기]-빨래와 아랑곳한 토박이말

누구나 이레끝(주말_만 되면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안할 수 없는 일 가운데 하나가 빨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 있으면 가장 먼저 할 일이 빨래고, 놀러 갔다가 오더라도 빨래는 해야 입고 신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빨래’와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몇 가지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낱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옛날에는 빨래를 하려면 빨랫감을 가지고 냇가나 샘가에 가야했습니다. 그래서 빨래를 하는 곳을 가리켜 ‘빨래터’라고 했습니다. 빨래를 할 때는 손으로 조물조물 주물러 빨기도 했지만 이게 있어야 빨래를 하는 맛이 났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게 바로 ‘빨랫방망이’입니다. 요즘에는 집집마다 집에서 빨래를 하기 때문에 볼 수가 없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세탁기’라..

[토박이말 살리기]1-45 달램수

어제 저녁에는 여느 날보다 좀 일찍 마실을 나갔습니다. 늘 걷는 냇가에 가까이 갔을 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로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못 봤지만 저녁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던 거였죠. 사람이 많다보니 제가 가는 앞쪽에 있는 사람들을 앞질러 가는 것도 마음이 쓰였고, 맞은 쪽에서 내려오는 사람들도 마음에 쓰였습니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늦게 나오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힘차게 한 바뀌 돌고 오니 땀도 나고 좋았습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달램수'입니다. 이 말은 말집(사전) 가운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달래서 꾀는 수단'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지만 보기월이 없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올라 있지 않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말집(사전)에 오르지도 못했고 쓴 보기월도 없는 말이니까 몰라도 ..

[토박이말 살리기]1-44 단물곤물

지난 엿날(토요일)은 어버이날이었습니다. 가시어머니, 가우남편과 함께 밭에 가서 고구마를 심고 고추 버팀대를 세우고 왔습니다. 자잘먼지인지 흙비인지 잘 모르겠는 것이 뿌옇게 끼인 가운데 바람까지 많이 불었지만 자꾸 미룰 수가 없었습니다. 운김에 해서 그런지 일도 생각했던 것보다 일찍 끝이 나서 시골 아버지, 어머니께 다녀올 수도 있었습니다. 밝날(일요일) 날이 바뀐 뒤에 잠이 들어서 늦게 일어나지 싶었는데 일찍 잠이 깨어서 여느 밝날과 달리 긴 하루를 보냈습니다. 아침을 챙겨 먹고 설거지를 한 다음 가시아버지께 다녀와서 뒤낮에는 스승님을 만나 뵙고 왔는데도 해가 한참 남아 있었으니까요. 어머니 기림날(제삿날) 이었지만 빛무리 한아홉(코로나 19) 때문에 모이지 못해 저마다 집에서 어머니를 생각하며 보냈습..

[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16-아무 하는 일 없이 ...

오늘 알려 줄 좋은 말씀은 "아무 하는 일 없이 헛되이 때새를 쓰지 않겠다고 다짐하라. 우리가 늘 뭔가를 한다면 놀라우리만치 많은 일을 해 낼 수 있다."야 이 말씀은 미국 독립선언문을 쓴 '토마스 제퍼슨' 님의 말씀이라고 해. 내가 늘 하는 이야기와도 이어지는 말이라 반갑기도 했어. 가만히 하루를 돌아보며 어떻게 때새(시간)를 보내는지 생각해 보렴. 일어나서 다시 잠이 들 때까지 내가 헛되이 보내는 때새는 없는지 생각해 보자는 것이야. 그런 때새가 없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이고 그런 때새에 무엇이든지 하면 놀라울 만큼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말씀이지.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서 기쁜 마음으로 몸을 깨운 뒤 물을 한 그릇 먹는 게 좋다는 구나. 그 다음에는 몸을 골고루 가볍게 움직인 다음 해야 할..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살갗 붇다 힘살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47쪽부터 48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47쪽 첫째 줄부터 둘째 줄에 걸쳐 ‘살갗 아래 쌓여서 열이 밖으로 흩어짐을 막고, 또 뼈와 뼈 사이에 붙어서 팔다리의 운동을 부드럽게 해 준다.’가 나옵니다. 이 가운데 ‘살갗 아래 쌓여서 열이 흩어짐을 막고’는 어려운 말을 썼다면 어떻게 썼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 ‘피하에 축척되어 열 발산을 차단하고’와 같이 쓰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옛날 배움책에서는 보시다시피 ‘피부’라는 말을 ‘살갗’이라 했고 ‘발산’은 ‘밖으로 흩어짐’이라고 했으며 ‘차단’은 ‘막고’를 써서 아주 쉽게 만들었습니다. 그 뒤에 나오는 ‘뼈와 뼈 사이에 붙어서 팔..

[토박이말 살리기]1-43 다붓하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다붓하다'입니다. 이 말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매우 가깝게 붙어 있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한글학회에서 펴낸 '우리 토박이말 사전'에는 '떨어진 사이가 바투 붙은 듯하다'라고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여기서 '바투'가 '두 일몬(사물) 사이가 꽤 가깝게'라는 뜻이니까 풀이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말을 쓴 사람이 없었는지 보기월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알고 나면 쓸 일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요즘 빛무리 한아홉(코로나 19) 때문에 힘들어 하는 요즘 '드물게 지내기(사회적 거리 두기)'를 자주 듣게 되고 말하게 됩니다. '가깝게 붙어 있지 마라'고 할 때 '다붓하지 마라'고 해도 되지 싶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