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29

재미있는 우리 속담 - 소뿔도 각각 염주도 몫몫

속담俗談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구술 전승 문화의 하나이기에, 구전 이야기나 민요, 판소리, 민속 등과의 상호 교섭이 활발한 편입니다. 이야기나 민요, 판소리 등에 속담이 끼어 들어간 예도 많고 이야기나 민요 사설에서 속담이 만들어진 예도 많지요. 특히 여성들이 즐겨 부르는 민요에 재미난 속담이 들어간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달에 살펴본 “시아버지 죽으라고 축수했더니 동지섣달 맨발 벗고 물 길을 때 생각난다”라는 속담과 “시어머니 죽으라고 축수했더니 보리방아 물 부어 놓고 생각난다”라는 속담이 생각나시는지요? 이들 속담은 경북 지역에서 전승되는 여성 민요에 유래를 둔 옛말입니다. 영덕 지방에서 전승되는 아라리조의 민요 사설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시아버님 죽으라꼬 축수를 했디 포도자리 떨어지..

조선에 처음 들어온 축음기, 귀신소리 난다

조선에 처음 들어온 축음기, 귀신소리 난다 요즘 세상에 음악 듣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공연장도 많고 시디플레이어는 물론 컴퓨터로도 즐기지요. 심지어 슬기전화(스마트폰)가 그 역할을 대신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전에는 음악 듣기가 무척이나 어려웠습니다. 조선시대 후기에 오면 판소리가 유행하는데 이때는 명창을 불러다 들을 수밖에 없었지요. 그러다가 1860년대 독일 상인 오페르트를 통해서 ‘축음기(蓄音機)’라는 것이 처음 소개되었습니다. 축음기는 말 그대로 ‘소리를 쌓아두는 기계’인데 이를 처음 본 조선 관리는 ‘귀신소리 나는 기계’라고 했다지요. 명창 박춘재는 우리나라에 축음기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고종 황제 앞에서 축음기에 소리를 녹음해 즉석에서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1887년에는 미국의 빅터 레..

(얼레빗 4687호) 텔레비전에 등장한 ‘정가(正歌)’의 아름다움

지난 9월 말부터 종편 텔레비전 JTBC에서는 국악과 대중음악의 넘나들기(크로스오버)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국악이 가진 멋과 매력을 선사하는 우리나라 첫 국악 경연 프로그램 이 방영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즈음 병마와 싸우느라 이 프로그램을 보지 못하다가 최근 다시보기를 통해 접할 수 있었는데 국악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의 혼이 담긴 무대 몸짓과 소리를 통해 감동을 받았고, 눈물이 날 뻔했다고 고백하게 됩니다. 이 무대는 민요, 판소리 등의 소리꾼들이 새롭게 편곡한 국악과 대중가요를 가야금ㆍ대금ㆍ해금 등 국악기는 물론 기타, 신시사이저, 마린바 등 서양악기에 맞추어 멋진 노래를 불렀음은 물론 흔히 만날 수 없는 남성 가야금병창까지 들을 수 있어 정말 국악에 대해 일반인들이 새롭게 눈 뜰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

판소리 <수궁가>에 나오는 자라로 물병을?

판소리 에 나오는 자라로 물병을? 별주부 기가 막혀 “여보 토공! 여보 토공 간 좀 빨리 가지고 오시오.” 가든 토끼 돌아다보며 욕을 한번 퍼붓는디 “제기를 붙고 발기를 갈 녀석 뱃속에 달린 간을 어찌 내어드린단 말이냐.” 판소리 가운데 ‘토끼 세상 나오는 대목’입니다. 여기에 토끼한테 당하는 별주부가 바로 자라지요.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분청사기 박지 모란무늬 자라병粉靑沙器剝地牡丹文鐵彩甁’은 자라 모양의 낮고 넓적한 몸체와 위로 솟은 주둥이를 갖춘 병입니다. 주로 나들이할 때 술이나 물을 담아 가지고 다니던 것이지요. 납작하다고 하여 ‘편병扁甁’이라고도 부릅니다. 이 병은 전체를 백토로 두껍게 바르고, 윗면에는 모란꽃과 잎을 새겨 넣었지요. 그리고 무늬가 새겨진 곳 이외의 백토 면을 깎아낸 뒤 검은 ..

(얼레빗 4649호) 흉터투성이인 성대로 소리를 하는 판소리

판소리학회 회장을 지낸 군산대학교 최동현 교수는 그의 책 《소리꾼, 득음에 바치는 일생》에서 “판소리 창자들이 갖추어야 할 요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득음’이다.”라고 말합니다. 판소리는 음악적 요소가 가장 중요한 예술이고, 또 판소리에서 사용하는 ‘소리’를 만드는 과정이 길고 험난하기 때문인데, 소리꾼이 훈련하는 과정에서 온갖 고초를 겪는 것이 다 이 득음 때문입니다. ‘득음(得音)’이란 곧 ‘소리를 얻는 것’으로 본래 소리꾼이 가지지 못한 소리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판소리에서 소리꾼들이 쓰는 소리는 매우 독특한 것으로 바로 목쉰 소리를 말합니다. 판소리는 큰 음량으로 길게는 8시간 동안 여러 사람 앞에서 불러야 하기에 오랜 시간 동안 소리를 해도 괜찮도록 단련해서 목이 쉰 상태를 만..

(얼레빗 4567호) 꽹말타기, 딩각, 콩나물히찝을 아십니까?

영남지방에는 일제의 강압으로 맥이 끊겼던 ‘호미씻이’와 비슷한 ‘꽹말타기’라는 민속놀이가 있었습니다. 이 꽹말타기는 ‘징, 장구, 북, 꽹과리’ 외에 ‘딩각’을 더해 ‘오물놀이’를 즐겼다고 합니다. ‘딩각’은 나무로 길게 만든 나팔 모양인데 울산광역시의 반구대 암각화에도 ‘딩각’을 의 형태로 보이는 그림이 새겨져 있어 딩각은 선사시대부터 쓰였던 악기라고 짐작할 수도 있지요. 그런데 민속놀이인 꽹말타기가 사라지면서 ‘딩각’도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 지금은 사라진 영남지방의 민속놀이 ‘꽹말타기’, 맨앞에 ‘딩각’이란 악기가 있다. 또 경상북도 상주에는 콩나물을 삶아 콩가루에 버무려 만든 ‘콩나물히찝’이란 음식이 있는데 그것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군사정권 시절 사투리를 쓰면 안 되..

(얼레빗 4470호) 한국 전통음악 대표적인 기악 독주곡 ‘산조’

“산조(散調)”는 한국 전통음악에 속하는 대표적인 기악 독주곡인데 19세기 말 김창조(金昌祖)의 가야금산조를 시작으로 거문고산조, 대금산조, 해금산조, 피리산조, 아쟁산조 등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산조를 연주할 때는 장구의 반주가 필수적이며, 처음에는 느린 진양조로 시작하여 점차 중모리ㆍ자진모리ㆍ휘모리로 빨라집니다. 우조(羽調, 오음의 하나인 ‘우’ 음을 으뜸음으로 하는 조로 다른 곡조보다 맑고, 씩씩함)와 계면조(界面調, 슬프고 애타는 느낌을 주는 음계로 서양음악의 단조와 비슷함)가 있고, 감미로운 가락과 처절한 애원조(哀願調, 애처롭게 사정하여 간절히 바라는 )의 가락이 있지요. 산조(散調)는 말뜻 그대로 '허튼 가락', 또는 '흩은 가락'에서 유래한 것인데 산조 이전에 있었던 여러 민간 음악이 산조 ..

(얼레빗 4441호) 처음 보는 풍경에 벅찬 판소리 “고고천변”

“치어다보니 만학천봉이요, 굽어다보니 백사지로다. 허리 굽어진 늙은 장송, 광풍을 못 이겨 우쭐우쭐 춤을 출 제, 원산은 암암, 근산은 중중, 기암은 촉촉, 뫼산이 울어, 천리 시내는 청산으로 돌고, 이 골 물이 주르르르르, 저 골 물이 콸콸, 열에 열두 골 물이 한데 합수쳐 천방자 지방자 얼턱져 구비져 방울이 버끔, 저 건너 병풍석에다 마주 쾅쾅 마주 쌔려” 위는 “고고천변일륜홍”으로 시작하는 판소리 “고고천변” 한 대목입니다. 이 사설은 별주부가 처음으로 수궁 밖을 벗 어나 용왕의 병에 쓸 토끼의 간을 구하러 세상으로 나오는데 풍경이 모두 새롭고 감당할 수 없으리만큼 벅찬 느낌을 담은 것입니다. “시내는 푸른 산을 돌아 이 골 물은 주르르르르, 저 골 물은 콸콸, 열두 골 물이 합쳐져 구비져서 물방울..

(얼레빗 4218호) 소리꾼 혼자 8시간을, 완창판소리

‘판소리’는 소리꾼이 고수의 북장단에 맞추어 서사적인 이야기를 소리와 아니리(가락을 붙이지 않고 이야기하듯 엮어 나가는 사설)로 엮어 발림(소리의 극적인 전개를 돕기 위하여 몸짓으로 하는 동작)을 곁들이며 구연하는 고유의 민속악입니다. ‘판소리’는 1964년 12월 24일 국가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