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 49

말글 규범은 왜 필요한가?

약속에 늦어 서두를 때 빨간 신호등 앞에서 시간을 끌게 되면, 차라리 ‘신호등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신호등이 없다면? 물론 걷는 이들은 횡단보도조차 마음놓고 건너다닐 수 없게 되지만, 차를 모는 이들도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우선 덩치가 큰 차들이 제멋대로 길 위를 누빌 터이고, 다음에 운전 솜씨가 뛰어난 운전자들만이 겨우 제 시간에 맞춰 옮겨 다닐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이 약하고 겁이 많은, 대다수의 작은 차를 탄 운전자들은 자칫하면 길 위에 고립될지도 모른다. 시내 지리에 어두운 다른 지방 사람들이나 외국인들은 아예 차를 몰고 길에 나설 엄두를 못 내리라. 운전자들에게도 사회의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질서와 규범이 필요하다. 그래서 신호등은 필요하며, 도로교통법도 필요한 ..

사전 두 배로 즐기기 - 우리 언어생활 속 국어사전의 역할

국립국어원에서 국어사전 운영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보니 거의 매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나 누리소통망 등에서 ‘국어사전’, ‘표준국어대사전’, ‘우리말샘’을 검색해본다. 사람들이 어떨 때 ‘국어사전’이란 것에 관심을 갖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보통 단어의 표기나 뜻풀이가 궁금할 때 사전을 찾아본다. 이렇게 사전에서 직접 단어를 검색하는 것 말고, 우리는 생활 속에서 어떨 때 ‘사전’을 언급하게 될까? ‘국어사전’, ‘표준국어대사전’, ‘우리말샘’과 같은 말을 검색했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유형은, 사전 내용을 자신이 하려는 말의 근거로 삼는 경우이다. ‘사전에 따르면 이러한 내용이 실려 있으니, 이러저러하게 판단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많다. 국어사전을 인용한 결과를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

사전 두 배로 즐기기 - “표준국어대사전”, 아는 만큼 보여요!

“사전”이라고 하면 흔히 모르는 단어의 뜻을 알고 싶을 때 찾아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단어의 의미를 정확하고 쉽게 풀이해 주는 것은 사전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이다. 그러나 사전에 ‘단어 뜻’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전에는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고 다양한 정보가 들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도 그러하다. “표준국어대사전”은 1999년 책자로 처음 발간되었는데, 당시 국어학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많은 논의 끝에 사전에 담을 정보를 결정하였고, 그러한 만큼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발간 당시의 국어학 논의의 결과물들이 많이 담겨 있다. 또한 국가에서 발간하는 사전인 만큼 언어생활의 지침이 되는 어문 규범과 관련한 사항도 담고자 하였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사전이 담고 있는 원어나 뜻풀이, 용례 등..

한글 맞춤법, 잘 지키고 있나요?

요즘에는 말보다 글로 대화할 때가 더 많죠. 글을 쓸 때면 지켜야 하는 약속이 있죠? 바로 한글 맞춤법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발표한 「2014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국민들이 “한글에 대한 자부심은 높지만 자신감은 낮다.”고 해요. 사람들은 한글 맞춤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요?통계로 좀 더 자세히 살펴 봐요!

국어학의 다양한 분야

연재의 첫 번째 글에서 ‘문법’이 의미하는 바를 매우 간략한 수준에서 설명한 바 있다. 그 글에서는 독자를 위해 문법을 넓은 개념과 좁은 개념으로만 나누어 이분법으로 설명하였으나, 사실 문법은 좀 더 다층적이다. 앞으로 선보일 글들의 내용을 잘 이해하려면 문법 개념의 다층성을 이해하고 그와 관련된 용어를 알아 두는 것이 좋다. 문법 개념의 다층성을 설명하기 전에 ‘문법’이라는 말의 중의성을 알 필요가 있다. 문법은 언어에 내재한 규칙 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하고, 그 규칙을 이론화하여 기술해 놓은 설명을 의미하기도 한다. 특히 뒤엣것을 ‘문법론’이라고 ‘-론(論)’을 붙여 용어를 구별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위의 (1)~(4)의 개념 설명에서 모두 맨 마지막에 ‘혹은 그에 대한 설명’이 생략된 것이라고 생각..

용언의 활용(1)

이번 호와 다음 호에서는 용언의 어간에 어미가 붙어서 어떤 어형을 만드는 것, 곧 어미 활용에 대해 살펴보면서 그와 관련한 문법 용어를 설명하고자 한다. 학교 문법적으로 말하면 서술격 조사 ‘이다’ 역시 활용을 하므로 용언만이 활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학문적으로는 ‘이다’도 대개 형용사의 일종으로 다루어지므로, 활용은 용언의 고유한 특성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1)에서는 ‘먹-’에 어미 ‘-고, -지, -어서, -으면’이 붙어서 단어의 형태가 완성됨을 확인할 수 있다. 단어의 형태를 가리켜 ‘어형’이라고 하는데, 특히 이처럼 어간에 어미가 붙어 이루어진 어형을 활용형이라고 한다. 용언은 활용형이 되지 않고서는 사용할 수 없으므로, 살려 쓴다는 뜻의 활용이라는 말을 쓴다. 활용..